열일곱자 가장 긴이름 “개명할 생각 전혀 없어”



- 박하늘별님구름햇님보다사랑스러우리 씨
- 밤하늘 보면서 아버지가 지은 이름
- 어릴때 놀림도 당했지만 자부심 커
- 국내 홈페이지에 등록 못해 불편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하늘별님구름햇님보다사랑스러우리(국내 최장 이름)

60년 전 가장 유행했던 이름은 영수, 순자, 그리고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은 민준, 서연. 대법원이 이름에 대한 통계를 내놓았는데요. 대부분은 세 글자, 많으면 네 글자 정도가 되죠. 그렇다면 우리 국적자 가운데 가장 긴 이름은 몇 자나 될까요? 자그마치 17자라고 합니다. 대체 이분은 이름을 어떻게 부를까요? 이 주인공을 어렵게 수소문해서 찾았습니다. 85년생이고 지금은 필리핀에서 공부 중인 학생입니다. 박하늘별님구름햇님보다사랑스러우리 씨입니다.

박하늘별님구름햇님보다사랑스러우리
◇ 김현정 앵커> 안녕하세요? 박하늘별님구름햇님보다사랑스러우리 씨?

◆ 박하우리>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앵커> 이름을 부르면서도 좀 장난치는 것 같아서 괜히 죄송해지네요. (웃음) 보통은 어떻게들 부르세요, 줄여서 부르시나요?

◆ 박하우리> 네, 지금은 여권에 4글자라고 나와서요. 앞에 둘, 뒤에 둘해서 ‘박하우리’ 라고 불러요.

◇ 김현정 앵커> 예쁜 이름이네요. 이름은 누가 지어주신 거예요?

◆ 박하우리> 아빠가 지어주셨어요.

◇ 김현정 앵커> 분명히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 박하우리> 아빠가 저 태어날 때 부산에 계셨거든요. 그래서 서울로 올라오시면서 제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밤하늘 보니까 별도 예쁘고, 하늘도 예쁘고, 구름도 예쁘고... 그래서 그것보다 더 사랑스러울 거라고 써놓으신 표현이래요. 그것을 보시고 엄마가 호적에 바로 달님만 햇님으로 바꾸셔서 올리셨어요.

◇ 김현정 앵커> 달님은 왜 햇님으로 바꾸셨을까요?

◆ 박하우리> 너무 밤하늘에 그런 게 많다고 해서 좀 밝게 햇님으로 바꾸셨어요.

◇ 김현정 앵커> 에피소드가 참 많을 것 같은데... 사실 어릴 때는 성이 오 씨면 오징어라고 놀리고, 문 씨면 문지방이라고 놀리고, 작은 것 가지고도 잘 놀리거든요. 박하우리 씨는 친구들이 얼마나 놀렸을까요?

◆ 박하우리> 저는 너무 길어서 놀렸다기보다는 애들이 다 신기해했던 것 같아요. 저는 또 어린 나이에 아이들이랑 이름이 좀 다르니까 그게 많이 창피해서 명찰 같은 것도 접고 다니고. 학부모님들이 궁금해서 보러오면 피해 다니고 그랬던 기억은 많이 나요.

◇ 김현정 앵커> 명찰에 이름은 다 적긴 적었습니까?

◆ 박하우리> 네, 그때는 줄인 이름이 없어서 다 적고 다녔어요.

◇ 김현정 앵커> 어떻게 다 적었어요, 명찰 크기도 꽤 커야겠어요?

◆ 박하우리> 다른 애들 한 칸 쓰면 저는 두세 칸, 밑으로 쓰고 옆으로도 쓰고... 많이 길었어요.

◇ 김현정 앵커> 반면에 이름 덕을 본 것도 있죠? 이름 때문에 좋았던 기억도 있을 것 같은데?

◆ 박하우리> 좋았던 기억은 한국에서 제일 길다는 기록보유자? (웃음)

◇ 김현정 앵커> (웃음)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래도 좀 불편한 점이 있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게 좀 불편할까요?


◆ 박하우리> 제가 한국 사이트 같은 것은 가입을 해본 적이 없어요. 이름이 너무 길다는 것 때문에.

◇ 김현정 앵커> 안 받아줍니까, 이름 길면?

◆ 박하우리> 네, 실명확인도 안 되고, 그리고 10글자 이상 등록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홈페이지는 가입해본 적이 없고, 또 은행계좌 만들 때도 10글자 이상 안 들어간다고 그래서 못 만든 적도 많았고. 또 핸드폰 가입할 때 거기 있는 지점장 아저씨 분이 많이 고생하셨어요. (웃음)

◇ 김현정 앵커> 그러니까 주민등록증에는 이 이름이 그대로 다 올라가 있는 거니까 실명확인을 하려면 ‘박하늘별님구름햇님보다사랑스러우리’ 라는 이름을 다 넣어야 하는데 이게 컴퓨터 입력 칸이 부족한 거군요?

◆ 박하우리> 네.

◇ 김현정 앵커> 여권에는 어떻게 쓰셨어요?

◆ 박하우리> 여권은 영문으로 발음을 바꿀 때 너무 길어서 거기서 줄여주셨어요, 네 글자로. 그때부터 ‘박하우리’라는 이름을 쓰게 됐어요.

◇ 김현정 앵커> 솔직히 부모님이 원망스럽거나 혹시 내 이름 가지고 장난친 건 아닌가 이런 생각 드신 적은 없어요?

◆ 박하우리> 어렸을 때는 그런 생각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이름의 뜻도 모르고 하니까, 그냥 또래 아이들이랑 다르니까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이름의 뜻이 얼마나 좋은지도 알고, 그리고 좀 특이하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원망하고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개명을 하고 싶었던 적도 혹시 있어요?

◆ 박하우리> 아뇨, 개명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 김현정 앵커> 요즘 개명하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그런데 박하우리 씨는 지금까지도 없고 앞으로도 개명 같은 건 생각 안 하세요?

◆ 박하우리> 네, 쭉 제 이름 쓰고 싶어요. (웃음)

◇ 김현정 앵커> 이번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대학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취업할 계획이시라고요?

◆ 박하우리> 네.

◇ 김현정 앵커> 그러면 사회생활 하면서도 이 이름은 계속 쓸 생각이세요?

◆ 박하우리> 계속 사용하려고요.

◇ 김현정 앵커> 취직시험 볼 때 조금 면접관들이 당황하지 않을까요?

◆ 박하우리> 당황할 수도 있겠는데요. 아무래도 이름이 특이하니까 기억에는 남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앵커> 오히려 취직시험에 유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이름이니까... 박하우리 씨, 저도 다시는 안 잊어버릴 것 같습니다. (웃음)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앞으로 그 이름처럼 사랑스럽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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