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제정한 '내 집 앞 눈치우기' 조례가 헛구호가 그치고, 워낙 많은 눈이 내린 터라 이면도로는 제설작업 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탓이다.
◈ 주택가 골목길은 인도와 도로 구별되지 않아
5일 오후 다세대 주택과 작은 상가 건물이 모인 서대문구 남가좌동 주택가 골목길. 편도 2차선 도로에는 염화칼슘과 뒤섞인 눈이 채 녹지 않고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전날 내린 눈이 드문드문 그대로 남아 있는 폭 1m 남짓한 인도는 도로와 쉽게 구별이 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종종걸음으로 인도와 도로를 번갈아 조심스레 걸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황모(49.여) 씨는 "여기는 인도가 좁아서 가게 앞의 눈을 치워도 표시도 안 난다"며 "어제(4일)는 눈이 정말 너무 많이 와서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눈을 치운다고 치운 건데도 지금은 그대로이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지난 2006년부터 '서울시 건축물관리자의 제설·제빙에 관한 조례', 이른바 '내 집 앞 눈 쓸기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조례에 따르면 건축물의 주인과 관리자 등은 보도와 이면도로에 쌓인 눈을 눈이 그친 지 4시간 안에 치워야 한다.
하지만 벌금이나 과태료 규정 등 강제조항이 없는 탓에 사실상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주민 상당수는 '내 집 앞의 눈은 알아서 치워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급기야 전날 오후에는 폭설로 쌓인 눈을 치우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서로 다툰 동네 주민 2명이 폭행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쌓인 눈을 치우는 과정에서 서로 "왜 자신의 가게 앞으로 눈을 쓸어 모으느냐"고 말다툼을 벌이다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 도심 이면도로도 눈 고스란히 쌓여 있어
서울 도심의 이면도로 상황도 주택가 골목길과 다르지 않다.
5일 오후 찾은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맞은 편 이면도로는 전날 내린 눈이 거의 그대로 쌓여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길을 나섰고, 쌓인 눈과 엉금엉금 기다시피하는 차량 사이로 걸음을 재촉했다.
회사원 김모(29, 여) 씨는 "바로 골목 바깥쪽 간선도로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데 여기는 눈을 하나도 안 치운 것 같다"며 "눈이 다 녹아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 건지 미관상으로도 지저분하고 시에서 제설작업을 서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에 있는 폭 6m 안팎의 이면도로는 대부분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 눈이 치워진 곳이 있다고 해도 한쪽 차선에 눈이 쌓여 있어 차량 통행이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이다.
5일 서울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영하 7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다음 주 초까지 낮 기온도 영하권에 머무는 강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당분간 눈이 저절로 녹아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록적인 폭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주택가 골목길과 도심 이면도로를 지나는 시민들의 불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