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제199회 경기포럼 강사로 나선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백인은 시종일관 "겉모습은 외국인 같아 보일지 몰라도 제 주위 모든 것이 한국인의 것이었기 때문에 나의 뿌리는 한국"이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반갑습니다. 한국말 조금밖에 못해 죄송합니다"라며 강단에 오른 그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 '필립 안 커디(Philip Ahn Cuddy.54)' 씨 였다.
필립은 도산과 이혜련 부부의 딸인 안수산 여사가 아일랜드계 미국인과 국제결혼을 해 낳은 아들로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굿 사마리탄 병원'에서 병원장 고문으로 일하고 있으며, 도산기념사업회의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또 미국 버클리대학에 도산 디지털 도서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캘리포니아의 한국어 학교에서는 현지의 4∼10세 아동들에게 한국역사를 가르치기도 하는 등 각종 한인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는 "LA에 한국인 이름을 딴 최초의 정부건물인 '도산 안창호 우체국'과 '도산 안창호 인터체인지' 등이 있을 정도로 미국사회에서 도산의 의미는 크다"면서 "(그런 면에서) 외할아버지는 아직까지도 한국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한국인에게만 영향을 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도산이 미국에 갔던 것은 단순한 항일운동 차원에서가 아니라 한국의 정체된 정치, 교육 등 문화를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외할머니인 이혜련 여사는 1902년 도산과 함께 미국에 간 뒤 돌아가실때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만났던 일화와 이승만 전 대통령과의 갈등을 소개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필립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장발이었던 나와 장발을 엄격히 규제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반갑게 악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면서 "박 대통령도 틀림없이 외할아버지를 존경했기 때문에 (내 장발을)참아주었을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당시 미국 정부에 도산과 그가 조직한 흥사단이 공산주의 활동의 일환이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면서 "이에 미국 정부가 도산을 체포해 조사를 벌여 민주주의자라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이 대통령 측근들은 계속해서 도산이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해 치명타를 입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어머니인 안수산 여사가 현재 95세로 건강하며, 미국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좋은 미국 시민이 되어라. 하지만 너의 뿌리는 잊지말라'는 말이 도산이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는 필립은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우리 가족들은 항상 정부와 국민, 나라를 섬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결연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