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적''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언뜻 상반돼 보이는 두 단어는 ''아이슬란드의 국보급 여가수''라는 타이틀만큼이나 자주 등장하는 비욕(42)만을 위한 수식어다.
아이슬란드 출신 여가수 비욕이 지난 16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한국에서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07년 5월 발표한 6집 ''볼타(Volta)''의 이름을 딴 이번 ''볼타 투어(The Volta Tour)''공연은, 전반의 나른하고 몽환적인 퍼포먼스가 에너지 넘치는 주말 밤 클럽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스탠딩석까지 촘촘히 채운 5천여 관객의 가슴을 쉼 없이 뛰게 했다.
타인의 잣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비욕의 거침없는 실험정신은 공연 시작과 동시에 드러났다.
검은 머리칼은 인디언 소녀 혹은 원더우먼을 연상시키는 원색의 메이크업과 강한 대비를 이뤘고, 늘 그렇듯 파격적인 디자인의 옷을 입은 그녀는 가벼운, 때로는 강렬한 몸짓으로 어둡고 붉은 무대 위를 수놓았다.
불혹이 넘은 나이가 의심스러운 앳된 외모, 소녀 같은 보이스컬러, 공연장을 나서는 모든 팬들이 한 번씩 흉내 냈을 법한 아이 같은 말투는 다분히 동화적이었고, 얼터너티브 록, 팝, 일렉트로닉 등을 결합한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그녀의 모습은 프로페셔널한 카리스마로 넘쳐났다.
이날 첫 곡 ''Earth Intruders''를 부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비욕은 열여섯 번째 곡 '' Pluto''를 부를 때까지 70여 분을 단 한 번의 쉼 없이 달렸다.
곡이 끝날 때마다 ''쌩큐!''라고 짧은 인사말을 전하던 비욕은 여섯 번째 곡 ''Pleasure is all mine''을 부르고 나서야 "쌩큐, 유 아 원더풀!"이라는 조금 길어진(?) 인사말로 한국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화답했다.
앵콜을 외치는 팬들의 함성과 함께 다시 무대에 오른 비욕은, 이날 생일을 맞은 브라스 밴드의 한 멤버를 위해 생일축하노래를 함께 불러달라며 팬들의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또, 이번 공연을 더 풍요롭게 한 브라스 밴드의 멤버 한명 한명을 소개하며 자신에게 쏟아진 환호와 박수를 나누는 여유도 보여줬다.
지난 2004년 발표한 리믹스 앨범의 수익금을 유니세프에 기부, 쓰나미 피해국가의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는 호탕한 성격을 과시한 바 있는 그녀는 이번 투어공연을 개최하는 모든 국가에서도 티켓 수익금 일부를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해 휴머니스트 적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