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인지는 알고 있지만 합격한 사람들 중에 위장전입으로 문제된 사람은 못봤다고" 했다. 가끔 확인전화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 가족들에게 함께 사는 동거인으로 해달라고 미리 입을 맞췄다.
# 소방 공무원을 준비하는 박 모(26)씨도 최근 서류상 거주지를 경기도에서 인천으로 옮겼다. 인천 지역 시험에 한번 더 응시하기 위해서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 공무원의 경우 본적이나 주거지 중 하나가 해당 지역이어야 하기 때문에 사는 곳과 본적이 모두 경기도인 박씨에게 위장 전입은 필수였다. 처음에는 꺼림칙했지만 "거의 대부분 그렇게 한다"는 학원 선생님의 권유로 지인에게 부탁했다. 직접 가지 않아도 될만큼 절차는 너무 간단했다.
인사 청문회를 계기로 고위 공직자들의 위장전입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도 불법 위장전입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서울시를 제외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그 지역 공무원을 뽑을 때 본적상 주소나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해당 지역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때문에 시험을 한번이라도 더 보려는 공시족들 사이에서는 수년 전부터 '위장전입'과 '원정시험'이 판을 치고 있다.
실제로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수험생들 대부분은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볼 지역으로 거주지를 이전을 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시족 윤 모(26)씨는 "서울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경기도 등으로 거주지를 옮긴다"면서 "법을 어긴것은 맞지만 어차피 합격하면 해당 지역에 근무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광주에서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정 모(27 여)씨도 "특히 경기도의 경우 거주지를 이전하는 사람이 많아서 경기도에 시험이 있으면 단체로 버스를 대절해 보러 가기도 한다. 그게 불법인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학생들 뿐 아니라 학원 관계자들은 위장전입을 부추기며 거주지 이전 방법을 친절하게 상담해주기도 했다.
노량진 A학원의 한 상담교사는 "빨리 (주소를) 옮겨 놓으면 들킬 확률은 제로"라면서 "일일이 쫓아다닐수도 없고 물증이 없는데 어떻게 걸리겠냐"고 위장전입을 적극 권했다.
공시족들이 애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위장 전입을 문의하는 글 뿐 아니라 주소를 빌려줄 사람을 구하는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주소지를 1:1로 맞바꾸자고 제안하거나 주소지를 제공하면 대가를 주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국가 공무원이 되기 위한 첫 걸음부터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 당연시 되는 현실에 위장 전입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