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생인 데이비드 캐러딘은 1963년 'The Deputy'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후 46년간 2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해 온 관록의 배우다. 그가 출연한 영화만도 118편에 이르며, 32편의 연극무대, 27편의 TV 영화 및 드라마, 35편 이상의 깜짝 출연 등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특히 데이비드 캐러딘은 아버지 존 캐러딘을 비롯해 형제인 크리스 캐러딘, 키스 캐러딘, 로버트 캐러딘 등이 모두 영화배우로 활동한 바 있는 말 그대로 '타고난 배우' 집안이다.
그는 1970년대 미국 TV시리즈 '쿵푸'에서 케인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누린다. 이 작품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캐러딘이란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첫 단추였다. 국내 올드팬에겐 여전히 '쿵푸=데이비드 캐러딘'이란 공식이 머릿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당시 인기는 대단했다. 극중에서 중국계 미국인으로 나오는 캐러딘은 말없이 우수에 찬 눈빛으로 불량배들을 혼내주는 역할을 해내 국내팬들의 인기를 얻었다. 또 그는 '쿵푸' 에피소드 중 한 편을 직접 연출까지 도맡으며 재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쿵푸'에는 재밌는 사연도 얽혀 있다. 이 TV시리즈는 당초 이소룡의 아이디어. 하지만 이소룡이 사망하면서 그 아이디어는 캐러딘에게 넘어간 것. 이소룡의 아들인 브랜든 리는 '쿵푸' 에피소드에 출연하기도 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쿵푸'보다 더 친숙한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 캐러딘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우마 서먼의 스승이자 연인인 동시에 암살단의 보스인 빌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또 노년의 나이에도 과감한 액션을 선보이며 우마 서먼과 대결을 펼치는 등 과거의 명성을 유감없이 재차 확인시켜줬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마틴 스콜세지, 잉그마르 버그만 등 거장 감독의 영화에도 출연한 바 있고, '바운드 포 글로리'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제이슨 스태덤 주연의 '데쓰 레이스'의 원작인 1975년작 '데쓰 레이스'에 출연한 바 있고, '아드레날린2'에서는 스태덤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캐러딘은 직접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지만 그다지 빛을 본 작품들은 없다. 또 조각가와 화가로도 활동, 예술가적 기질을 맘껏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스트레치' 촬영차 방콕에 머물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