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이기는 세상 만들겠습니다" 노짱에게 보내는 편지

덕수궁 대한문 시민분향소 주변 벽, 시민들 '손편지'로 채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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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를 치던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영웅입니다, 안녕 노짱."

"바보의 뜻을 따라 바보들이 이기는 세상, 남은 우리가 꼭 만들겠습니다."

"내 아들, 딸과 와이프와 함께 봉하에서 꼭 뵙고 싶었습니다. 이제 그 소원을 영원히 이룰 수 없네요"

"당신의 국민으로 살았던 지난 5년이 행복했습니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386 아줌마"

노짱, 형님, 바보, 당신……

부르는 호칭은 제각각이지만 추모객들이 손글씨로 남긴 편지에는 고인에 대한 그리움이 하나같이 짙게 베어 있었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시민 분향소 주변에는 노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추모 편지'들로 일대 벽이 빼곡하게 채워졌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벽에 붙은 편지 내용을 읽어보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편지를 유심히 읽던 정지훈(62·서울 마포구) 씨는 "글귀 하나하나에 진솔한 내용이 적혀 있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며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통역일을 하고 있는 임지영(36·서울 용산구) 씨는 지나가는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직접 손편지를 써 붙였다.

그는 "한국 역사상 가장 깨끗했던 대통령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둘러싼 도덕적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서거했다"고 영어로 노 전 대통령을 소개했다.

이어 임 씨는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할 지 되묻고 싶다는 내용을 추가로 적었다"면서 "정황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살, 8살 난 두 딸아이와 함께 덕수궁을 찾은 유경진(38·경기 광명시) 씨는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친 막내딸에게 종이와 펜을 쥐어줬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노무현 할아버지 앞으로 편지를 써 내려가는 딸을 보며 유 씨는 "어른보다는 아이가 보내는 편지가 하늘에 전해질 것 같다"면서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도 노 전 대통령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제 막 성인이 된 김성윤(19) 씨는 "인권을 위해 힘쓰셨던 당신에게서 열정이 무언가를 배웠다"고 적은 뒤 마지막 줄에는 "천국에서 꼭 만나고 싶다"면서 편지를 마쳤다.

이처럼 추모객들이 남긴 글귀에는 무엇보다 '인간 노무현'을 추억하는 시민들의 애잔함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글속에는 "왜 혼자 짊어지려 하셨어요. 오천만의 어깨가 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하는가 하면 "원망하지 말라는 그 말씀은 지키지 못하겠다"는 탄식도 이어졌다.

또 "정치가 싫어서 두 눈 감고 살았다. 내 자신이 부끄럽다", "떠나고 난 뒤 소중함을 알았다"는 후회와 그리움의 문구도 있었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마음을 종이 위에 담아 노 전 대통령 생전에 남기지 못한 많은 말들이 이제라도 하늘에 전달되길 바라며 슬픔을 달랬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사랑이며, 용서하지 않아야 할 것을 용서하지 않는 것이 정의이다 -노무현을 기억하며"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들의 손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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