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드라마에서 이민호는 항상 화제의 중심이었다. 186Cm의 훤칠한 키에 선굵은 외모는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층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일본 만화 원작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곱슬곱슬한 퍼머머리(일명 소라머리)는 보수적인 한국 남자들의 헤어 트렌드까지 바꿔놓았다.
사실 방영 초만 해도 ‘꽃보다 남자’의 인기는 예측하기 힘들었다. 주인공 구준표 역의 이민호는 무명의 신인배우나 다를 바 없었고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김현중은 가수 출신으로 연기력을 담보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이 작품 바로 전에 방송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은 송혜교, 현빈이라는 빅카드에도 불구하고 한자리 수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KBS는 월화드라마 폐지론까지 들먹였을 정도다.
“워낙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구준표’란 인물을 제가 잘 소화해내면 조금 나아지겠다는 기대는 있었죠. 그런데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그가 출연했던 대부분의 작품들은 케이블 채널을 통해 시청자들을 찾았으며 ‘울학교 E.T’ 역시 DVD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그야말로 새옹지마, 전화위복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꽃보다 남자’도 평탄하지는 않았다. 드라마 출연 내내 이민호를 제외한 주연배우들은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당했고 함께 드라마에 출연했던 ‘써니’ 역의 장자연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드라마는 과도한 PPL논란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이민호 본인은 드라마 출연 내내 주연배우 구혜선을 비롯, 크고 작은 스캔들에 시달렸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작품인 만큼 종영하는 소감도 남다르다. 이민호는 “구준표에게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며 역할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준표는 제가 연기했던 인물 중 가장 사랑받았던 캐릭터예요. 작품이 끝나면 무척 공허하고 허전할 것 같아요. 벌썩부터 종방연 생각하면 가슴이 시려오는데 막상 최종회를 접하면 공허하고 허전해질 것 같아요. 아무래도 준표라는 인물을 제게서 벗기기 위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올해로 배우 생활 3년차에 접어든 이 배우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민호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내건 존경받는 배우가 되는 것을 꼽았다.
“처음 ‘꽃남’ 촬영할 때만 해도 구준표로 불려서 제 이름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차츰차츰 이민호란 이름을 기억해주시더라고요. 앞으로도 이민호란 이름 석자로 기억돼고 싶어요. 후배들에게는 존경받고 선배들에게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