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욱은 24일 끝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불펜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5경기에 등판, 선발 봉중근(17.2이닝), 윤석민(16이닝)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0.1이닝을 던졌고 단 2점(평균자책점 1.78)만을 내줬다.
비록 일본과 결승전에서 2실점하며 평균자책점 0.00의 행진을 끝났지만 5회 무사 1, 3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는 등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봉중근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아 조지마 겐지(시애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최고 94마일(약 151km)의 '돌직구'가 일품이었다.
'김인식호'가 이번 대회에서 정현욱에게 기대한 역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과 아시아라운드 1차전, 순위결정전에 모두 나서 중간계투 역할을 완벽히 해낸 정현욱은 16일 멕시코와 본선라운드 1차전에서 팀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특히 베네수엘라전을 앞두고는 지독한 감기로 고생했지만 변함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1.1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솎아내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그야말로 대표팀의 '믿을맨'이었다.
사실 정현욱의 야구 인생은 2004년 가을 끝날 뻔 했다. 병역파동으로 인해 서울구치소와 충주교도소에서 복역한 8개월 동안 야구를 그만두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부인 박주연씨 덕분에 다시금 야구공을 잡았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몸관리를 소흘히 하지 않았다.
이후 정현욱은 다시 태어났다. 2007년 공익근무요원 소집해제 후 삼성으로 복귀한 정현욱은 2008년 무려 127이닝(평균자책점 3.40)을 던지며 삼성 불펜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이어 WBC에서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소속팀뿐 아니라 한국 최고의 '믿을맨'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