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나는 정치 실패한 사람, 표나지 않게 도울 것"

- 17대나 18대나 마찬가지, 국회가 더 나빠졌다고 보지 않아
- 미디어법 개정은 '재벌, 보수신문, 보수정당'이 꿈꾸는 신세계 위한 것
- MB정부 1주년, 권력 사유화 경향 뚜렷
- 한미 FTA 미 의회 비준 가능성 없어.. 헛심 쓰는 결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2009년 3월 14일 (토) CBS <주말 뉴스쇼 양병삼입니다>(FM 98.1 MHz 07:00~09:00 진행 : 양병삼 앵커)

(대담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8대 총선 낙선 이후 1년여 칩거해 오다 최근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을 냈습니다. 과거 시사 논객으로 이름을 떨치던 그여서 이번 저작에 대한 관심도 크고요,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만나보겠습니다.

◇ 양병삼 / 진행

최근엔 글쓰기에 전념해 오셨다고요?

◆ 유시민

경제학 강의도 하고, 나머지 책 쓰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 양병삼 / 진행

명함에는 지식 소매상이란 직함을 새겨 넣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왜 지식 소매상이란 직함을 써 넣으셨나요?

◆ 유시민

제가 아직 젊은데 전 국회의원, 전 장관, 이렇게 쓸 수도 없고. 프리랜서, 보통 자유기고가, 그렇게 얘기하는데 원래 소매상이 최종 소비자한테 뭘 파는 사람이 소매상이거든요. 시민들을 고객으로 해서 그분들에게 필요한 지식 정보를 담은 책을 만드는 게 제 일이니까 그렇게 붙여 놨습니다.

◇ 양병삼 / 진행

지식 소매상 1년 만에 ‘후불제 민주주의’란 책을 들고 오셨는데요. 사회에 어떤 얘길 좀 하고 싶으셨나요?

◆ 유시민

그동안 지난 10년 동안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익숙해 있었고, 다 된 걸로 생각하고 관심을 안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요새 언론 보도 보시면 국민들이 다 아시겠지만. 새삼 법치라든가 또는 국민 기본권에 관한 문제, 이런 것들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고. 국민들이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정부에 대해서 대통령에 대해서 하려고 하면 못하게 막고 그러지 않습니까?

잘 만들어진 헌법을 도입한 지가 60년이 됐는데 아직 그 헌법에 있는 국민들의 권리나 이런 것들을 제대로 우리 것으로 만들고 활용하는 데는 아직 좀 못 미친다, 이런 민주주의나 자기 권리, 이런 것들을 제대로 행사를 하기까지는 그에 필요한 노력을 국민이 해야 되고,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만 자기 것이 된다, 그런 뜻으로.

우리가 아직 민주주의를 잘 운영할 수 있는 경험이나 지식이나 문화나 풍토, 이런 것들이 갖춰지기 전에 제도로써의 민주주의가 먼저 들어왔다. 그래서 앞으로 열심히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려면 비용을 후불제로 내야 된다, 그런 뜻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일어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고, 우리처럼 이렇게 진행되어 온 나라에서는 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 뜻을 좀 담았습니다.

◇ 양병삼 / 진행

헌법이 담고 있는 당위나 이상과 달리 현실에서의 반영이나 구현은 그렇지 못하다, 이렇게 보고 계신 건데. 어떤 측면에서 그렇게 큰 괴리감을 느끼시는 건가요?

◆ 유시민

최근 들어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솔직히 말씀 드려서 지난 10년간 최고 권력자였던 대통령들은 때로는 헌법이나 법률에 논란이 일어나긴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헌법에 있는 국민 기본권을 존중하려고 하고, 그 절차를 준수하려고 하고 그렇게 했죠. 그런데 지금 현 정부 들어와서 국가 기구, 헌법에 의해 수립되어 있는 공권력과 국가 기구를 권력 집단이 사유화하려는 그런 경향이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고.

이런 권력의 행태 때문에 새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 질서와 국민 기본권이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 것이죠. 민주 공화국을 제대로 운영하고 국민들 각자가 자기 행복을 위해서 자기의 권리를 잘 행사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국민의 권리를 자기 목적을 위해서 억압하거나 또는 국가 기구를 사유화하려는 이런 시도에 대해서 단호한 자세로 임해야 된다, 이런 인식이 지금 와서 많이 생겼지 않은가 그렇게 봅니다.

◇ 양병삼 / 진행

대법관이 법원장 시절,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촛불집회 관련된 재판을 좀 빨리 진행해 달라고 해서 이 부분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느니 말았느니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데요, 이런 논란을 지켜보시면서 갖는 생각은 뭔가요?

◆ 유시민

(웃음) 인간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게 된 것은 100년도 안 됩니다. 프랑스처럼 그런 민주주의 선진국도 19세기 말, 20세기 초까지도 증거도 공개하지 않은 채 재판을 하고 이렇게 했거든요. 그런데 공정한 재판, 공개적인 재판을 받을 권리, 그리고 증거 없이는 유죄 선고를 받지 않을 권리, 이런 것들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지금은 인정되어 있습니다.

법원 안에서 상급자의 위치에 있는 분이 판결에 대해서 일반 판사들에게 무슨 압력을 행사하거나 자기 의견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보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법원 스스로 짓밟은 것이거든요.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이것은 뭐랄까요, 법원에 오래 근무해 오신 분들이 법원 발전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셨을지 모르지만 법원이 기본적으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원래의 존재 근거를 망각한 소치가 아닌가 그렇게 안타깝게 생각하고요.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사법 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서 이해관계의 충돌과 갈등을 해결하고 권리를 자주 찾는 그런 법치 그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버릴 가능성이,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도 그러시고 법원 관계자들도 차제에 이 모든 절차들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기본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 양병삼 / 진행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시각을 책에서 내보이셨는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난 1년의 평가는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 유시민

국민들이 여러 가지 평가하시고 미디어에서도 다 나오지 않습니까. 저도 뭐 대체로 그런 국민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양병삼 / 진행

현 정부가 문명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런 표현을 쓰셨어요. 왜 그렇게 보신 거죠?

◆ 유시민

저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나라를 잘 되게 하려고 진심을 가지고 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나쁜 의도를 가지고 나라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보좌하시는 분들이 그런 우리 대한민국이 걸어왔던 길, 그리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어떤 노력과 희생, 헌신을 통해서 이루어 졌는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그것을 존중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견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 때로 그 비판이 꼭 옳진 않다 하더라도 국가를 운영하다 보면 늘 그런 비판을 받는 것인데, 그것에 대해서 심정적으로 굉장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어떤 비판도 귀를 기울여서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다 듣고 판단은 독자적으로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제일 큰 문제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그런 이견 집단의 의사 표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봉쇄, 국민들의 집회, 결사, 언론, 출판의 자유에 대한 국가 공권력의 침해, 이런 것들은 궁극적으로 문명적으로 볼 때 우리가 법을 극복했던 그런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표현한 것이죠.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역주행이란 말을 쓰고 계시지 않습니까?

◇ 양병삼 / 진행

실질적으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또 다른 목소리마저도 원천적으로 봉쇄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 국회가 전 세계적으로 논란거리까지, 외신에 보도되기까지 했는데요. 자연인의 한사람으로서 보낸 지난 1년 동안에 봤던 18대 국회, 정치 어떻게 보셨습니까?

◆ 유시민

17대하고 별 차이가 없죠. 해머, 전기톱 이런 좀 심한 무기가 등장한 그런 정도 차이는 있습니다만, 우리가 모두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까? 17대나 18대나 다 마찬가지 상황, 국회가 더 나빠졌다고 저는 보지는 않고요. 마찬가지 상황에 있는 것 같다, 그런 거죠.

◇ 양병삼 / 진행

당장 미디어법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떤 입장이신가요?

◆ 유시민

미디어법은 누가 언론을 장악하느냐 문제이고 이건 심각한 형태의 권력 투쟁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나라당 쪽에서 보면 우선 당장 정국을 운영해 나가는데 비판적인 미디어가 거슬리죠. 그런 단기적인 문제가 하나 있고요.

장기적으로 볼 때 과거처럼 불법적인 수단이나 힘, 이런 것으로 미디어를 제압하거나 통제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다른 방식으로 미디어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소유권 자체를 방송에 대한 소유권을, 한나라당과 모든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하고, 정치적인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거대 보수 신문, 또는 재벌, 여기에다 소유권을 아예 넘겨 가지고 이제 굳이 통제를 안 해도 저절로 보수 세력과 이해관계를 같이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이런 의사 표십니다.

이것이 큰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재벌이나 조선, 중앙, 동아 같은 보수 신문에 주려는 게 아니고요. 돈벌이가 되든 안 되든 KBS 같은 채널이나 MBC 같은 것들을 재벌과 거대 보수 신문에게 줘 놓으면 굳이 뭐 여당 원내대표나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이 PD수첩 같은 것에 대해서 위법이다 아니다 말할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알아서 한 통속이 되겠죠.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재벌과 보수 신문과 보수 정당이 카르텔을 이루어서 주권자 노릇 하는 멋진 신세계를 꿈꾸는 그런 법이다, 저는 그렇게 보죠. 욕심이 지나치죠.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해서는 안 될 것으로 저는 봅니다.

◇ 양병삼 / 진행

권력통제수단 내지는 권력유지수단으로 생각하는 측면에서 이 미디어법 통과를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생각이신 건데요.

◆ 유시민

그것 말고는 어떤 동기도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는 게 제가 보는 관점입니다.

◇ 양병삼 / 진행

FTA에 대한 얘기 하나 여쭙겠습니다. 최근 론커크 미 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자가 청문회 자리에서 한미 FTA에 대해선 현재 상태론 수용할 수 없다, 이렇게 밝혔죠. 국내외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 부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 유시민

미국이란 나라가 굉장히 센 나라이긴 한데, 그렇게 늘 합리적이진 않죠. 대외적으로 부시 행정부가 사인했던 합의문 아닙니까? 그것을 대통령 바뀌었다고 새로 하자,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국제 관계는 비록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없고, 옳지 않다 하더라도 힘센 쪽에서 그렇게 나왔다면 약한 쪽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재협상이 있을 수 없다, 이렇게 입장을 밝힌 것은 주권 국가로서 아주 당연한 거죠.

그러나 실제 그렇게 되면 미국 행정부는 못하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재협상 안 하겠다 이러면 비준 동의가 안 되는 걸로 봐야죠. 그렇게 가든가 그렇지 않으면 미국 쪽의 불만에 대해서 다소간 수용해 주면서 우리 쪽이 불만 있던 요소에 대해서 조금 털고 나가는 이런 서로 윈윈 하는 재협상, 이런 것도 가능은 하겠습니다. 완전히 없던 것으로 되든가 아니면 피차간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새로운 협상을 통해서 약간 수정해서 가든가, 둘 중에 하나로 가야죠.

◇ 양병삼 / 진행

추가협상보다는 재협상에 더 무게를 두시는 것으로 들립니다.

◆ 유시민


추가협상이나 재협상이나 용어를 어떻게 쓰든 그건 자존심 문제고요, 내용상으로는 똑같죠. 미국 쪽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 부분, 이런 것을 좀 이쪽에서 받아들이고 나머지 어떤 법제적인 측면, 제도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불만 가지고 있는 것, 이런 걸 좀 해소하고. 그렇게 되면 좀 더 좋아질 수도 있겠죠, 원래 협상안보다.

◇ 양병삼 / 진행

정치권은 지금 다음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인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 유시민

여기서 국회가 비준 동의해도 미국은 그것이 국회 권한이거든요, 원래부터. 지난번에 한 3년 동안 부시 행정부 때 정부에서 좀 빨리빨리 해보라고 일시 위임했다가, 권한을 다시 기한이 끝나서 국회가 가져간 상황 아니겠습니까? 민주당 행정부인데 거기서 지금대로는 못 하겠다, 이렇게 나온다면. 공화당이 비준 동의에 찬성한다 할지라도 국회에서 비준될 가능성이 없죠. 국회가 비준 동의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점에서 보면 괜히 헛심 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 양병삼 / 진행

무의미한 논쟁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 유시민

그렇죠. 두 정부 사이에 협상을 협의를 해야죠, 우선.

◇ 양병삼 / 진행

현실 정치로 복귀하시는 건가요?

◆ 유시민

저는 지금 소속 정당도 없고요. 소속 정당도 없는 자연인이 정치를 할 수 있는 아무런 공간도 없습니다, 지금. 그래서 저는 복귀할 곳도 복귀할 정당도 없고 복귀할 국회도 없고 저한테는. 지금 저는 대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저 나름으로 책 쓰고 이 활동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 양병삼 / 진행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오더라고요. "정당 개혁 운동가로서 나는 지난 5년 동안 정말 비참한 실패를 겪었다, 누가 더 능력 있는 분들이 나타나서 내가 실패했던 그 일을 보란 듯이 성공시키는 것을 보고 싶다, 그 성공에 나의 아주 작은 힘을 표 나지 않게 보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구절이 나오던데요. 나름대로 정치 활동에 대한 미련과 여지가 좀 엿보이는 부분이에요.

◆ 유시민

정당이 어떤 국익, 공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정치하는 사람들, 국회의원들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이익단체처럼 되어 버린 게 지금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타파하자고 한 모든 시도에 대해서 국민들이 그동안에 별로 받아들이지 않으셨거든요. 또 시도한 쪽도 능력이 부족했고.

능력 있는 분들이 나서서 우리나라 정당을 바로 세우고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어서 국민 행복에 기여하는 정치를 해 준다면, 저야 한번 실패한 사람이니까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은 사람이 또 나서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러나 표 나지 않게 후원금을 낸다든가 지지하는 글을 써 준다든가 그런 것은 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이지 현실적으로 제가 정치를 재개한다, 이런 것은 국민들이 원하신다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웃음)

◇ 양병삼 / 진행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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