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감독' 하길종의 30주기는 북적거렸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회고전 열려

30주기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천재감독' 고(故) 하길종 감독의 30주기 추모제는 외롭지 않았다.

2월 28일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 광주시 가족봉인묘지 '시안'에서는 고인의 동생인 하명중 영화감독 겸 배우를 비롯해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정윤철 감독, 배우 하재영, 서울예술대학교 재학생 등 영화계 선후배 30여 명이 참석했다.

고 하길종 감독은 서울대 불문과 졸업 후 미국 UCLA 대학원에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동문수학했고, 당시 '병사의 제전'으로 미 전역의 최우수생 4명에게 주는 메이어 그랜트 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에서 영화인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고인은 한국행을 선택, 당시 국가 검열이 심했던 1970년대에 '바보들의 행진', 병태와 영자' 등 7편의 작품을 연출해 부조리한 사회의 인간군상을 통해 저항과 자유정신을 불어넣었다. '천재감독', '천재영화작가' 등으로 불린 고인은 1979년 2월 28일 38세의 젊은 나이로 짧지만 굵은 인생을 마감했다.

이날 하명중 영화감독은 추모사를 통해 "어릴적부터 용기가 많았다. 항상 소수의 편에 서서 다수에게 뜻을 전달했던 사람"이라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국을 간 뒤 영화를 전공하게 됐다"고 고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영화 감독으로 돌아왔는데, 민중을 대변할 수 있는 작품을 못 만들었다며 괴로워하고 힘들어했다"며 "마지막 순간에는 많이 외로워했다. 영화를 이야기하고, 영화를 통해 시대정신을 공유할 벗들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또 "엘리트 의식이나 자만심이 전혀 없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부를 어려운 사람에게 퍼주고 다녔다"며 "언론에 글을 쓴 감독은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평론가로서 작가로서도 역량을 발휘했다"고 회고했다. "시대정신을 가지고 영화를 작업하고, 대화를 많이 해야한다. 그러면 38세에 멈춘 고인은 아마도 380세까지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윤철
정윤철 영화감독은 "제 나이가 올해로 39세다. 하길종 감독은 38세에 세상을 떠났다. 선배 감독인 동시에 같은 세대다"며 "30년 전 자신의 작품이 검열에 잘려나갈때 마음이 어땠을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절실히 느껴진다"고 마음을 전했다. 또 정 감독은 "청년정신, 저항정신이 무르익을 38세에 정지함으로서 우리에게 큰 뜻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감독으로서, 후배로서 동료 영화인들과 그 뜻을 잘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고인의 발자취가 영화계에서 잊혀진 것 같아 아쉽다. 근래 한국 영화가 전성기였음에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낸 뒤 "앞으로는 하길종 감독을 새롭게 기억하고, 기록하고, 그의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영화인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하길종 감독 회고전이 준비됐다. 회고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상용 평론가는 "올해 고인이 쓴 글이나 미발표 글을 모아 부산영화제 기간에 전집을 발간한다. 한국 영화사에서 처음있는 일"이라며 "거창한 것보다 기본에 충실해 국내외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 이를 위해 30년을 기다려준 게 아닐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8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와 한국영화박물관에서 '바보들의 행진'(1975), '병태와 영자'(1979) 등 고인의 대표작을 상영하는 '하길종 감독 30주기 추모전-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를 진행한다.

상영작은 '바보들의 행진', '병태와 영자'를 비롯해 '수절'(1973), '화분'(1972), '한네의 승천'(1977), '병사의 제전'(1969) '속 별들의 고향'(1978), '여자를 찾습니다'(1976) 등 총 8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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