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제 5형사부는 16일 혼인관계가 동거의 의무가 있다는 점을 들어 부부관계에 강간죄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깨고, 부부 사이에 특수 강간 혐의를 인정했다.
현행법으로도 부부강간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법원 판결에 여성계는 즉각 환영논평을 내는 등 들뜬 분위기였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는 16일 논평을 통해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서 아내성폭력 문제는 ‘결혼과 함께 성립된 성폭력 허가서’처럼 취급돼 왔다”면서 “이번 판결은 기존의 법적 근거를 합당하게 해석한 진보적인 판례로서 큰 의의가 있다”며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문채수연 소장은 “지난 2004년에도 아내에 대한 강제 추행을 인정한 판결은 있었는데 강간죄를 적용한 것은 그보다 한 걸음 진일보한 것으로, 기혼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성민우회’ 측도 “80% 이상의 성폭력이 부부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유사한 사례에서도 법적인 효력이 적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판결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권운동사랑방’의 명숙 상임활동가는 “국제결혼이 많아지는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주민 여성의 인권을 신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연대’도 “여성계에서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기혼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하는 부분으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남성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성균관 유림 측은 “최근 법원이 서구 선진국 기준에 맞춘 판결을 내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남성의전화 한 관계자도 “부부 사이에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항소심 진행과정에서 부부 강간죄 인정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