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기타리스트 이해완(29)의 수염은 전설적인 록 밴드 비틀즈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을 닮아 있었다. 또 베이스의 주윤하(29)와 보컬의 안승준(30)도 1집 때부터 기른 수염을 가꿔, 남자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하지만 드러머 서상준(25)의 얼굴만은 깨끗했다.
서상준은 “저는 형들에 비해 수염이 안 나요. 그래서 그냥 깨끗한 얼굴로 나왔어요. 이상한가요?”라고 되물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장롱 속에서 아버지 몰래 치던 기타, 이제는 무대에서
“우리는 조금 평범하게 음악을 시작했어요. 특별한 반대라고는 중학교 때 아버지가 기타치는 걸 싫어해서 아버지 몰래 장롱에 들어가 기타를 조금 치다 나온 것이 전부에요. 고등학생 때부터는 가족의 인정을 받으며 음악활동을 했고, 큰 반대는 없었어요.”(주윤하)
“저도 그래요. 중학생 때 처음 잡아본 기타 재미에 빠져서 ‘아! 이 길로 가야겠구나!’라고 결심했죠. 가족들도 큰 반대는 하지 않았어요.”(이해완)
“저는 고2 때부터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부모님은 걱정하지 않으셨는데 담임선생님이 반대를 하더라고요. 결국 재수를 해서 음악전공을 하게 됐죠. 군에 있을 때는 군악대에 있었고, 제대 후에는 지도 교수님의 소개로 형들을 만났죠.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낌이 '팍' 오더라고요.”(서상준)
평범해서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해완과 주윤하, 서상준은 CCM 그룹의 세션으로 음악을 시작해 대중음악으로 까지 발을 넓혔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안승준은 대학 졸업과 함께 마이크를 잡았다.
“중학생 때 윤하와 함께 작은 밴드를 결성해서 노래를 부른 것이 전부였어요. 당시에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겠지’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계속 노래를 할 생각은 하지 못 했어요. 하지만 대학입시에서 좌절을 맛보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를 고민하게 됐어요. 그리고 갑자기 미술을 하게 됐고, 삼수를 해서 서울대 미대에 합격했죠. 하지만 그것도 생각처럼 자유롭지는 못하더라고요. 교내 축제 진행을 맡게 되면서 무대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죠. 그때 윤하를 다시 만났고,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요. 가족들은 처음에는 걱정도 했지만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됐어요.”(안승준)
얘기를 듣다 보니 뭔가 강렬함을 노래하는 록밴드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결성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KBS 한 PD 분이 홍대클럽에서 공연하는 인디밴드를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찍어주셨어요. 우리는 좋은 기회다 싶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결국 우리 부분은 방송되지 않았어요. 이유는 우리에게 극적인 재미가 없어서였죠.”
너무 평범에서 탈인 록밴드 ‘보드카레인’은 “인생의 굴곡은 이제부터”라며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2집, 음악인의 꿈 이어갈 수 있는 앨범 됐으면”
이 외에도 ‘100퍼센트’와 최종 타이틀곡 경합까지 간 ‘걷고 싶은 거리’, 신스팝을 가미한 디스코 스타일의 ‘챠밍 고고 디스코스타’,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초고층서커스’ 등 총 12곡이 수록돼 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사회적 메시지를 안고 노래했던 비틀즈의 노래와 닮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의 롤 모델은 비틀즈에요. 노래로 대중들의 사랑을 얻고, 특히 그들이 하고자 하는 노래를 계속 해나갈 수 있는 모습이 닮고 싶어요. 우리도 대중적인 지지를 받으며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고 싶어요. 그렇게 현재 진행형 밴드가 되고 싶어요.”(안승준)
벌써 결성 4년차가 된 보드카레인은 오늘도 노래한다.
“하면 할수록 음악만으로 삶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우리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음악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함께 오래도록 무대에 설 힘을 낼 수 있도록이요."(주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