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연륜’, 힙합으로 풀어냈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에 방송된 가요프로그램 KBS 2TV ‘뮤직뱅크’와 MBC ‘쇼, 음악중심’.
‘동방신기’, ‘빅뱅’, ‘원더걸스’ 등 밀레니엄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 ‘90년대 아이돌’이었던 그룹 ‘구피’가 모습을 드러냈다.
3년 만에 컴백한데다 한참 밑의 후배들과 함께 무대에 서니 설레고 긴장도 될 법하지만 그들은 그런 설렘마저 즐길 줄 아는 그룹으로 거듭나 있었다.
지난 3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시절 월트디즈니 개구쟁이 캐릭터 ‘구피’ 같았던 멤버들의 모습엔 어느덧 30대의 완숙미도 묻어나왔다.
음악적인 변화는 더욱 컸다. ‘구피’는 싱글앨범 ‘Neo Goofy’를 통해 ‘유쾌한 댄스그룹’에서 ‘힙합그룹’으로 거듭났다.
특히 신동욱의 허스키한 보컬과 박성호의 날카로운 랩이 어우러진 타이틀곡 ‘사랑은 없다’는 전과는 다른 묵직한 느낌을 준다.
급격한 변화에 다소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멤버들은 박성호는 12년 동안 활동해오면서 점진적으로 변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 앨범들에 힙합 곡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었어요. 다만, 대중성을 위해 그동안 타이틀곡이자 ‘방송용’ 노래로 댄스 음악을 선택했을 뿐이죠. 이제 12년차 중견그룹의 연륜과 완숙미를 보여줄 수 있는 나이인 만큼 유행을 따라가기 보다는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했어요. 소속사에서도 음반 기획에서부터 녹음까지 전 권한을 위임해줬죠”
‘홍일점’이 된 열성팬
음악적 변화와 더불어 새 멤버의 영입도 ‘구피’의 대변신 중 하나다.
‘남성그룹’ 이었던 구피는 ‘보디빌더’로 변신한 이승광의 빈자리에 여성 멤버 ‘제이미’(J Me)를 합류시키면서 ‘혼성그룹’으로 변신했다.
새 멤버인 제이미는 보컬과 랩이 동시에 되는 언더그라운드의 유망주로, 신동욱과 박성호는 제이미의 보컬과 랩을 들은 후 바로 영입했다.
원래 보컬로 영입된 제이미는 우연히 선보인 랩 실력으로 래퍼 신동욱을 보컬로 ‘밀어내고’ ‘구피’의 래퍼 자리를 꿰차기도 한 재주꾼이다.
“남성 그룹에서 혼성 그룹으로 성격이 변하면서 기존 ‘구피’의 색깔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색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제이미의 장점을 잘 살리려고 했죠. 그런데 음악적으로는 좋지만 남자만 세 명 있다가 여자가 들어오니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 지더라고요(웃음)”
특히 재미있는 점은 제이미가 중학교 재학 시절 ‘구피’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제이미는 랩을 읊조리는 강렬한 모습과는 달리 남자 멤버들 앞에만 서면 짝사랑하는 스타 앞에서 얼굴에 빨개진 소녀처럼 부끄러워한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에요. ‘많이많이’로 활동하실 때 공개방송도 가고 CD랑 브로마이드까지 다 구입할 정도로 열성팬이었거든요. 팀 동료인데 ‘연예인’으로 생각할 것 같아서 오빠들 앞에선 일부러 말도 잘 안하고 무뚝뚝하게 있어요”
그렇게 변화와 새로운 조화를 통해 지난 12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 온 ‘구피’.
데뷔 후 매년 한 장 씩 앨범을 내오던 꾸준함의 대명사였던 만큼 멤버들은 12년 동안 동고동락한 팬들과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팔순 노인이 디즈니의 ‘구피’ 캐릭터를 보며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것처럼, 팬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데뷔 초 교복을 입고 저희를 응원해 준 팬들이 어느덧 아이엄마가 되어 있더라고요. 앞으로 그 팬들이 아이들과 함께 저희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폭넓은 층에 어필하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 나중에 팬들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신명나는 콘서트를 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