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중 얻은 특허 팔아 대학재정 보탠다

외국 변호사 수장으로 두고 ‘지식재산관리본부’ 본격 가동

서울대학교(총장 이장무)가 6일 외국국적의 변호사를 본부장으로 임명한 ‘지식재산관리본부’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킨다.

‘지식재산관리본부’는 교수나 대학원생들의 연구과정에서 생기는 특허와 상표권 등을 관리하면서 이를 국내외에 팔아 수익을 얻기 위한 조직이다. 서울대는 새롭게 출범하는 지식재산관리본부를 통해 2년 뒤인 2010년까지 100억원대의 지적재산권 관련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목적을 가지고 가동에 들어가는 지식재산관리본부의 최고 책임자인 본부장에는 교수가 아닌 외부인사가 임명됐다.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국적을 지닌 국제변호사이다.

서울대 측은 “국내 대기업들의 법률 고문을 맡고 있는 국제 변호사 백선우(38)씨를 6일자로 지식재산관리본부장으로 임명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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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가 팽배한 우리 대학 풍토에서 교수가 아닌 외부인사를 특히나 외국국적을 가진 사람을 국립 서울대가 본부장으로 선택한 것은 전례 없는 파격적인 인사이다.

백씨는 미국 예일대 경영학석사(MBA)를 수료하고 콜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국내 대기업들의 자문 변호사를 맡아온 인재이다.

백 변호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특허는 졸업장처럼 벽에 걸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여러 가지 상업 거래가 이루어져야 가치가 있다” 면서 “그동안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들이 좋은 기술들을 많이 개발했지만 그것을 상업화하는 데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해외 등 큰 시장의 '거래'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서진호 연구처장은 “기술이전, 지식관리 등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맡기기 위해 외부 인사를 본부장에 영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 처장은 “지식재산관리본부를 통해 지난해 30억대에 머물렀던 특허권 등 지적재산 관련 수익을 2010년도까지 100억대로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해 9천억 가량의 서울대 예산에서 약 10% 정도를 지적재산권으로 충당하겠다는 의미이다.

서울대는 그동안 경영 인프라가 갖추어 있지 않아, 교수들의 연구 성과에 비해 관련 수익을 산출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앞으로는 지식재산관리본부를 중심에 두고 기술개발과 관련된 수익을 적극적으로 챙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인사는 서울대가 법인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정을 확충하는 자구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지식재산관리본부는 서울대학교 산하협력단 안에 소속되어있으며 앞으로 학내의 기술 특허권 및 상표 관리권을 총괄하는 한편, 국내기업이나 해외에 적극적으로 기술을 판매해 수익을 챙길 예정이다.

일례로 올해 1월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43)가 개발한 '나노입자 대량생산기술'을 국내 대학 사상 최고 액수인 43억원을 받고 한화석유화학에 이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편, 지식재산관리본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기술을 가진 교수들에게 돌아가는 성과급도 파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기초학문분야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진호 연구처장은 “기술을 가진 교수들에게 혜택을 줘 연구 성과를 늘리는 동시에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기초학문분야에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서울대가 외부 변호사를 본부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인사로 지적재산 챙기기에 본격적으로 나섬에 따라, 국내 다른 대학들도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직접 기술판매에 나서면서 재정 수익을 높여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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