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몸값 노린 납치, 인질 생존에 유리"

전문가 "납치범들 '인질=돈'으로 생각… 납치기간은 길어질 수도"

멕시코에서 한국인 5명이 피랍됐다. 올들어 4번째 피랍사건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단순히 돈을 노린 무장단체의 소행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단순 몸값을 노린 무장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하고 인질들의 생존률은 비교적 높지만 피랍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 사실상 '무법지대'가 여행유의지역?

1
지난 2006년 주 멕시코 한국 대사관에 한국인 피랍소식이 입수됐다. 사업가 A씨가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무장세력에 피랍됐다는 소식이었다. 다행히도 돈을 노린 무장단체였고, 협상이 잘 성사돼 피랍 하루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당시 범인들은 몸값으로 2백만 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몸값 지불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피랍사건은 현재 멕시코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유엔 경제사회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한 해 동안 멕시코에서는 464건의 크고 작은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통계대로라면 하루에 한 번 이상씩 납치가 이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멕시코에서 납치가 활개를 치는 것은 무엇보다 경찰의 치안력 부재와 경찰 부패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납치된 A(31)씨의 가족은 CBS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납치된)형이 국경지대에 있는 호텔로 가는데 (멕시코)경찰들이 불법이민자 아니냐며 신분증과 돈을 요구했으나, 돈을 주지 않자 자신들을 납치세력에 넘겼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 몸값노린 무장단체 소행 가능성 짙어


22일 외교부는 현재 한인 5명을 납치한 무장단체는 몸값 3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을 뿐 다른 정치적인 요구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단순 몸값을 노린 납치사건일 가능성이 일단 짙어 보인다. 보통 정치적인 테러단체는 여러 가지 정치적 요구를 달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단체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인질의 사진이나 육성, 동영상 등을 공개, 해당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는 것이 수순이지만, 이번 납치 사건의 경우는 미디어전을 펼치지 않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순 몸값을 노린 무장단체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는 "현재 피랍사건은 단순한 몸값을 노린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보이며, 정치적인 다른 요구사항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신변에는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지에 남아있는 대사들을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비교적 생존률 높지만 피랍 기간 길어질 수 있어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피랍 한국인들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납치 단체가 몸값을 노린 단순 무장단체일 경우 인질의 생존율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장단체가 원하는 것은 몸값이기 때문에 '인질=돈' 이라는 공식을 세우게 되고, 인질을 살해할 경우 자신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휠링 제주잇( Wheeling Jesuit)' 대학 윤민우 교수는 대테러정책 연구논총(제4호)에 실린 '테러리즘 인질사건 연구-인질의 운명 예측하기' 논문을 통해 인질의 생명은 단체의 행동 패턴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테러 단체들은 일정한 행동 패턴을 보이며 이를 통해 인질의 생존률은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단체의 유사 범행 횟수와 결과에 따라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달라진다. 단순 몸값을 노린 무장단체는 인질살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써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없기 때문에 납치범들은 인질 살해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윤 교수는 이어 "테러단체의 인질 사건 빈도는 인질 사건에 대한 경험과 기술의 정도를 간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인질 사건 개입이 많을수록 더 뛰어난 협상 기술과 경험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며 "경험이 증대되면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인질을 관리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돼 인질은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용인대 박준석 교수도 "이번 사건은 여러 정황상 몸값을 노린 단순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럴 경우 인질의 생존률은 높아지지만 피랍 기간은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의 외교력이 피랍 기간을 좌우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테러 전문가도 "정부가 재외국민보호지침 개정을 통해 '협상 불가론'을 천명한 만큼 협상 주체를 조율하고 협상을 진행하는 행동 반경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