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시작한 골키퍼, 이제는 국가대표 주전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정성룡의 원 포지션은 수비수였다. 골키퍼 장갑을 끼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1명 뿐인 골키퍼가 연습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얼떨결에 골키퍼 장갑을 넘겨 받은 것. "다른 선수들이 골키퍼를 하기 싫어해서 내가 된 것 같다”는 것이 정성룡의 설명이다. 그러나 운명이었을까, 정성룡은 연습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곧장 골대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 3이 되는 겨울 방학때 서귀포고와 연습 경기를 했는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어요. 중 3이 되는데 다른 팀들의 스카우트 제의가 없고 해서 망설임없이 서귀포 중학교로 전학을 갔죠”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인다.
이후 청소년대표-올림픽대표-국가대표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정성룡이지만, 1인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물론 쉽지 않았다. 청소년대표 시절엔 차기석(전남),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김영광(울산)에 밀려 주전 자리를 내줬고 전 소속팀 포항에서는 대선배 김병지(서울)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과 끊임없는 노력은 지금의 정성룡을 있게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 하나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어요."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3차 예선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정성룡이지만 김용대(광주), 김영광 등과의 골키퍼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용대 형은 공중볼 능력이 뛰어나고 영광이 형은 순발력이 최고"라는 정성룡은 "잘하는 것이 많아 배우려고 노력해요"라며 라이벌들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저는 그냥 최대한 실수를 안 하려고 할 뿐, 특별한 장점은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킥이 자신있어요"라고 겸손해하는 정성룡이다. 하지만 욕심 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월드컵 출전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또 코앞으로 다가온 올림픽도요. 그리고 해외 진출도 꼭 하고 싶어요"라며 스스럼없이 가슴에 담아 둔 욕심들을 풀어냈다.
"제 인생의 전부인 축구에서 골키퍼는 최후방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예요. 제가 서있는 바로 이곳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