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일단 살아보고… " 사실혼 부부 급증

전문가 "편의주의적, 이기적 발상" 비판

1
#1. 2년 4개월 간 연애 끝에 결혼한 김모씨(34) 부부는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렸지만 법률적으론 아직 정식 부부가 아니다.

1년 동안 살아본 후 혼인신고를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함께 살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한 후 만족했을 때 아이를 가질 예정”이라며 “법적으로 꼭 혼인신고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 2년 전 결혼하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학원강사 이모씨(30·여)는 경제적인 문제로 남편과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한다. 결혼 후 남편의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남편이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빚을 끌어다 쓰고 있는 데다 매일 술과 도박으로 빠져 살기 때문이다.

이씨는 남편의 재기를 위해 노력했지만 변화가 없자 “남편에게 더 이상 별다른 희망이 보이지 않아 더 늦기 전에 사실혼 관계를 끝낼 생각”이라고 선언했다.

이혼급증으로 결혼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결혼식을 치르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림을 차리는 ‘사실혼 부부’가 늘고 있다.

사실혼 부부는 호적상 이혼 경력의 부담이 없고 동거와 달리 법적 신분을 제외하면 실제 부부와 거의 같기 때문에 최근 젊은 층이 선호하는 결혼 패턴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전국 20세 이상 성인 745명을 대상으로 한 ‘사실혼에 관한 의식 및 실태’ 조사에서 일정한 조건 내에서는 동거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 응답자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차일피일 미루다가’(30.0%), ‘배우자가 원치 않아서’(17.3%), ‘결혼식 후 하려고’(13.6%), ‘배우자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12.7%), ‘경제적 이유’(10.0%), ‘부모가 허락하지 않아서’(7.3%), ‘혼인신고의 미필요성’(6.4%), ‘구속되는 것이 싫어서’(2.7%)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 18일 결혼한 회사원 이모씨(32)는 “연애기간은 길었지만 같이 살면서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해 1년 동안 혼인신고를 미루기로 했다”며 “혼인신고를 늦게 한다고 해서 부부간 신뢰감 형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실혼부부관계의 증가요인으로 이혼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주의적 발상과 미혼으로 행세할 수 있다는 이기적 욕망 등을 꼽고 있다.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오창순 교수는 “동거와 사실혼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개방적인 가치관이 사실혼 증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젊은이들이 결혼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이유로 혼인신고를 미루거나 회피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부부 간 신뢰를 불신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대전일보에 있습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