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두 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제일화재 지분에 대한 매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양 재벌가문의 대결이 주식시장의 세대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는 21일 "제일화재 주식을 취득해 대주주가 된 뒤 한화손해보험과 통합하겠다"며 "22일 대주주 승인을 위한 서류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화재는 1996년 한화에서 계열분리 됐지만, 여전히 범 한화가(家)로 분류된다. 제일화재 최대주주(지분율 20.68%)인 김영혜씨가 김승연 회장의 누나이기 때문. 김씨는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긴 채 이사회 의장 역할만 하고 있다.
한화는 이어 "제일화재 지분 취득은 한화건설을 중심으로 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리조트, 한화테크엠)가 참여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최대주주 수준의 지분을 인수해 제일화재를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계열사들이 이날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제일화재 지분매입 추진을 의결했다.
한화의 반격에 대해 메리츠화재는 조금 당혹해하는 눈치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화재 회장(고 조중훈 회장의 4남)은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제일화재를 손쉽게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모양이다. 형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그룹 회장의 도움을 받아 한진중공업 계열사(한국종합기술, 한일레저)를 동원해 조금씩 제일화재 지분을 매입, 11.465%까지 확보했다. 그리고 지난 주 인수제안서를 김영혜씨에게 보내 마지막 압박을 가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한화의 반응에 대해 "예상은 했지만, 무게는 두지 않았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화의 주력금융사인 대한생명이 예금보험공사에 지분이 물려 있기 때문에 섣불리 '백기사'로 나설 수 없고, 한화가 손보사에는 크게 중점을 두지 않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실제 한화손해보험의 시장점유율은 3% 정도에 불과하고, 제일화재(3.5%)와 합쳐도 7%가 되지 않는다. 한화는 "제일화재 인수 후 장기적으로 손해보험업계 2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엄밀한 시장분석보다는 다분히 감정적 대응이 앞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메리츠화재는 일단 24일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김영혜씨에게 최종 답변을 요구한 시한이다. 답변 여부를 확인하고 그날 오후5시 이사회를 열어 향후 입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메리츠화재가 한화의 반격에 굴하지 않고 공개 매집을 추진할 경우, 두 재벌의 대결은 주식시장으로 옮겨지게 된다. 최소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양 그룹 모두 10~20%의 지분이 모자란 상황이다. 때문에 어느 한곳이 포기하지 않는 한 제일화재가 이끄는 뜨거운 랠리는 당분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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