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씨가 제 방송 듣고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웠대요"

[배한성의 아주특별한 인터뷰] 우주를 향한 꿈, 이태형 박사(천문우주기획 대표)

이태형
북두칠성을 꼬리에 달고 봄 밤하늘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큰곰자리. 견우와 직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간직한 채, 여름 밤하늘을 밝히는 거문고자리. 가을 하늘을 나는 천마. 페가수스자리. 현란한 겨울밤 축제의 주인공, 오리온자리…

별이 너무 좋아서, 하염없이 별만 쳐다보다 수없이 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는 별박사 이태형 씨.

그는 20년 전 취미로 아마추어 천문가로 활동할 당시, 국내 최초로 소행성 ‘통일’을 발견해 유명해지기도 했죠. 또, 우리나라 첫 별자리 안내서인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을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했는데요.

별과 전혀 무관한 공부를 하던 이태형 박사가 23년 동안 별의 매력에 푹 빠져 별박사가 된 사연. 천문우주기획 대표이사(충남대 겸임교수) 이태형 박사를 27일 CBS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FM 98.1Mhz, 연출 김우호 PD)에서 만나봤습니다.

◇ 소원 빌던 별동별, 이제는 우주여행 시대로

▶ 별동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그게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잖아요?

저는 강원도 춘천에서 자랐어요. 시골이다 보니까 별동별을 많이 봤는데 당시에는 별동별을 보고 소원을 빈다기보다는 너무 많이 떨어지니까 맞을까봐 밖에 나가기가 무서웠던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소원을 제대로 못 빌었죠.

▶ 소행성 ‘통일’을 발견하신 게 언제였죠?

98년도에요. 밤하늘에 빛을 내고 있다고 해서 다 스타는 아니거든요. 밤하늘에 해처럼 빛을 내서 빛나는 스타도 있지만 작은 천체들,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태양 주위를 돌면서 태양 빛 때문에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그 중에서 수금지화목토천은 크니까 행성이라고 불리는데 이것보다 작아서 안 보이는 것들을 소행성이라고 합니다.

이런 소행성들은 먼저 발견한 사람이 이름을 붙일 권리가 주어지는데 1990년대 들어서면서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할 수 있다는 지구의 종말론 때문에 많이 관측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발견할 당시에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왔는데 일본 사람들이 발견한 소행성에 세종대왕의 이름을 붙여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거든요.

그런데 과학을 우리가 일본에 전수해주었는데 어떻게 보면 창피한 일이었죠. 정부에서는 별 좋아한다고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그것도 하나 못발견하느냐고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도적으로 일본은 천문대가 많이 있고 비싼 장비들을 일반인들에게 많이 대여를 해줍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자존심 문제니까 우리도 한 번 발견해 보자고 해서 6개월 동안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찾았어요. 소형망원경을 들고 몇 군데 찾아다니다가 경기도 연천 부근에서 드디어 찾았어요. 달빛이 있으면 안 보이고 구름이 끼면 안 보이니까 한 달 중에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이 2,3일 정도였어요.

▶ 별을 발견하면 어디에서 인정을 해주나요?

국제천문연맹이라고 있어요. 그 산하의 소행성 센터라고 있는데 남이 발견한 것인지 처음 발견한 것인지 추정을 해서 인정을 해줍니다. 그런데 요즘은 좀 힘들어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21세기 들어오면서 나라마다 정책적으로 지구를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옛날에는 소형망원경으로 찾았는데 지금은 큰 망원경으로 자동으로 탐색하고 있어요. 그래서 개인들이 하기에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 우리도 실제로 달나라에 가는 실용적인 것도 있는 거죠?

SF영화 속에서 나오는 배경이 우주였던, 멀게만 느껴졌던 시대에서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1957년에 처음으로 인공위성이 올라가고 벌써 축구장 두 배 크기만 한 우주정거장이 올라가 있고 10년 이내에 상업적으로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잖아요.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달나라에 신혼여행을 갈 수도 있고 몇 십 년만 지나면 달나라에 실버타운이 생긴다고 해요. 나이가 들면 몸무게 때문에 허리가 굽어지는데 달에 가면 중력이 적어지니까 허리 피고 살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달에 있는 자원이 지구의 연료를 몇 백 년 동안 해결해 줄 수 있다, 소행성 하나를 개발하면 몇 십조 달러가 된다, 이렇게 우주를 바라보기만 하던 단계에서 이제는 우주를 개발하고 지구로 갖고 올 수 있는 자원의 세계가 되는 건 몇 십 년 후면 가능할 것 같아요.

◇ 별은 돈보다 밥보다 더 중요한 ‘믿음’

▶ 우리나라에 아마추어 천문학회가 많은가요?

제가 별을 볼 때만 해도 천문학은 어려운 학문이었죠. 그리고 배고픈 학문이기도 했고요.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별을 보면 쌀이 나오니, 밥이 나오니? 그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98년도에 책 쓰면서 돈을 좀 버니까 그 이야기는 안 하시더라고요.(웃음)

국가기관인 천문연구원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커졌고 대학교에도 천문관련 학과들이 10군데 이상 생겼고 과학문화 레저로서 지방에서도 천문대를 많이 짓고 있어요. 일본에는 200군데 이상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20군데 정도 짓고 있어요.

그런 곳에서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 별을 가르쳐주는 직업도 생기고 있어서 옛날만큼 힘든 일은 아니에요. 다만 이 일도 3D 업종에 속해요. 밤에 일하고 주말에 일하기 때문에 연구하는 분들은 밤을 새서 일해요. 그래서 가정에는 좀 어려운 직업이기도 하지만 많이 넓어져서 동호인 같은 경우는 회원이 몇 만 명이 되는 곳도 있고, 별 보는 데 이름을 걸고 있는 세상이 온 거죠.

▶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별을 많이 보셨을 것 같아요.

고향에 있을 때만 해도 별이 좋은지 소중한지 몰랐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서울에서 생활했는데 대학교에 오니까 서울에는 별이 잘 안 보여요. 그러다 보니까 시골에서 잘 보이던 별이 소중하더라고요.

시골에 있을 때는 별이 워낙 많으니까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별로 안 했는데 서울의 하늘은 요점정리가 되어 있어요. 중요한 것만 보이니까. 오히려 별 공부를 하기에는 서울이 더 좋더라고요.(웃음) 별에 대한 감상은 시골에서 더 좋게 받았지만 별을 공부해봐야겠다고 느낀 건 서울에서였던 것 같아요.

▶ 별만 보고 가다가 하수도 같은 곳에 빠지신 적은 없어요?

친구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몇 있어요. 학교에서 별을 배운 친구들이 고향에 갔는데 시골의 별들이 너무 잘 보이니까 고개 들고 다니다가 도랑에 빠진 경우, 기숙사에 있던 친구들이 하늘 보다가 전봇대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랬어요.

▶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어요?

어머니는 선생님이셨고 아버님은 공무원이셨는데 맞벌이를 하시다 보니까 혼자서 저녁시간을 보낸 적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하늘 보는 일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지금도 별을 왜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사람은 많이 변하는데 별만큼은 항상 그 자리에서 가장 변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보이지 않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그 믿음이 있더라고요. 제가 부모님께 배운 것은 거짓말하지 말라는 거였는데 그게 별이 아니겠는가 해서 별은 믿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대학교 때 전공은 뭐였어요?

원래 전공은 화학이었어요. 석사는 도시계획을 했고 박사는 천문학을 했는데 왔다 갔다 했죠. 화학을 하면서 실험실에서 냄새 맡는 게 썩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보자고 해서 여행 동아리를 갔는데 너무 많이 다니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는 곳이 없을까 해서 찾던 곳이 별보는 동아리였어요. 이게 너무 좋은 거예요. 한 달에 한 번씩 시골에 가서 까만 하늘에 무수히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을 보면서 당시에는 망원경이 별로 없을 때라 밤새 이야기하면서 떨어지는 별동별을 봤던 게 너무 좋았어요.

▶ 별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셨어요?

사람을 처음 만날 때도 첫인상만 남잖아요. 하지만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각이나 관심, 취미를 알게 되면서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별도 마찬가지로 처음 봤을 때는 아름답다고만 생각하는데 천문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과학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 사람들과 같이 보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밤을 하dig게 새는 거죠.

▶ 옛날에는 별을 보면서 점을 치기도 했는데요?

우리가 보는 세상의 반은 하늘이고 반은 땅이잖아요. 밤의 별을 모르고 사는 것은 세상의 반을 잊고 사는 거라고까지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이야 전기가 발견돼서 밤에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100년 전까지만 해도 밤에 밖에 나가면 별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농사짓고 가축도 키웠을 거예요. 점성술이라는 것도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별을 많이 본 사람들이 통계를 낸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가 아라비아 반도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에 페르시아의 전설도 많은 거죠.

◇ 2009년 세계천문학의 해,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본 달 2.5cm

▶ 좋은 망원경으로 보면 달을 어디까지 볼 수 있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별을 보려면 망원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별자리는 망원경이 없어도 되거든요. 눈으로 즐기는 거고 그 속에서 좀 더 관심이 있는 것을 망원경으로 보는 겁니다. 별은 멀리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망원경으로 보더라도 점으로밖에 안 보여요.

그래도 망원경으로 보면서 탄성을 지르는 게 달과 태양계의 행성들이죠. 아무리 작은 망원경이라도 별을 보는 망원경이라면 달 정도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데까지 섬세하게 보입니다.

2009년이 갈릴레이가 처음으로 망원경을 발견해서 달을 본 지 400주년이 되는 해에요. 내년이 UN에서 정한 세계천문학의 해입니다. 갈릴레이가 처음 망원경으로 달을 봤을 때 지름이 2.5cm이었어요.

달이 새로운 세상이다, 우리 태양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데 그것이 요즘의 몇 천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소형망원경이에요. 달은 어떤 망원경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어요.

▶ 지구 이외에 다른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주에 태양처럼 큰 별 옆에 지구 같은 행성이 있을 텐데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중력과 적당한 온도가 있어야 하거든요. 태양과 같은 별이 우주에 얼마나 많은가 하면 1 뒤에 동그라미가 22개입니다. 은하라고 하는 것이 별들의 집단인데 은하 하나당 1천억 개의 별이 있어요.

그런 은하가 우주에 1천억 개가 더 있어요. 1천억 개 곱하기 1천억 개의 태양과 같은 별이 천문학적인 숫자로 있는 거예요. 지구는 태양의 백만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세계거든요. 만약 태양의 3번째 행성 지구에만 똑똑한 인간들이 존재한다면 99해 9999경 9999조…….

그 밑의 많은 것들은 대체 뭐냐는 거죠. 그 많은 별들이 지구의 인간만을 위해서 존재한다면 너무 우주가 아깝지 않을까, 정말로 신이 계신다면 인간만을 위해서 모든 걸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결국 별은 워낙 많이 있고 생명체가 있을 거라는 거죠.

다만 있는 것과 만나는 것은 다른 겁니다. 지구에 있는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로 날아갔을 때 4.3년이 걸립니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도는 광속으로 날아가도 그렇게 걸려요. 우주 탐사선의 속도가 시속 4만km에요.

그렇게 날아가도 가까이 있는 별까지 가는데 10만년이 걸린다는 얘기에요. 우리나라에 개미가 있고 미국에도 개미가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개미가 태평양을 건너서 미국 개미를 만난다는 거,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는 거죠.

▶ 국내 최초 별자리 안내서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었는데 기분이 어떠셨어요?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대학원 때 썼던 건데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면서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라는 걸 썼어요. 이 책을 쓰고 나서 일주일도 안 돼서 5천부가 팔렸어요. 그래서 3일째 되는 날부터 방송국에 불려 다니느라고 정신이 없었는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할 정도로 대단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이 나오고 나서부터 대학 동아리에 신입회원들이 2배씩 늘어나고 그랬는데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것 같아요. 낭만적인 거 좋아하고 하늘을 우러러보는 게 있고 또 우리나라 태극기가 우주를 상징하는 거잖아요.

이태형
◇ 별에 대한 호기심이 사업으로 ‘별 보급 10년’

▶ 천문우주기획 대표를 맡고 계신데 아예 직업이 되신 건가요?

원래는 대학원을 마치고 외국에 가서 공부를 더할까 하다가 책이 너무 많이 팔리면서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초등학교 5학년 선생님이라고 하신 어떤 분이 이름도 안 밝히시고 엽서를 하나 보내오셨어요.

아이들과 별 공부를 하고 싶어도 마땅한 책이 없었는데 정말 고맙다는 엽서였어요. 그런 내용의 편지들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시작만 해놓고 발 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졸업하면서 별을 좋아하셨던 원로 분들을 찾아가서 별을 보급하는데 도와달라고 했어요. 학회활동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별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 돈 있는 분들이 별로 없으세요. 방법은 하나더라고요. 별을 하고 싶으면 별로 번 돈을 별로 쓰는 수밖에 없겠다 싶어서 사업체를 차리게 되었어요. 반은 사업을 하고 반은 별 보급하는 활동을 하고 그러면서 10년 이상이 흘렀네요.

▶ 우리나라 첫 우주인인 고산 씨하고 인연이 있으시다고요?

작년에 며칠 동안 고산 씨에게 별자리를 가르쳐 준 적이 있어요. 당시에 제가 모 프로그램에서 새벽방송으로 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이 친구가 고 3때 새벽에 학교를 가면서 그걸 듣고 우주에 대한 꿈을 꿨다고 하던데 참 순수하고 맑은 친구더라구요. 고산 씨도 어렸을 때부터 별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여자 친구도 저희 별 보는 동아리 후배더라고요.

▶ 별보는 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보통은 망원경부터 사시는데 오히려 별과 멀어지는 것 같아요. 돈 들고 부담되고 하는데 별은 어디서나 하늘 맑은 곳에서 돗자리 깔고 볼 수 있거든요. 운전할 줄 모르는 사람한테 자동차를 사주면 사고가 날 수 있잖아요. 별을 모르는 상태에서 망원경을 사주면 어차피 망원경으로 보는 별은 점으로밖에 안 보이거든요.

그러면 처음에 달 좀 보다가 재미가 없어져요. 먼저 하늘의 별자리를 알아야 해요. 책을 활용해서 별자리를 익히시고 난 다음에 망원경을 사시는 게 낫습니다. 별 좋아한다고 천문학자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취미생활로 하셔도 됩니다. 물리, 수학을 좋아하면 천문학을 해도 괜찮은데 그렇지 않다면 자기 생활하시면서 남은 시간에 취미생활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를 하시는 건가요?

일단 사람들에게 별은 아름답고 낭만적이어야 합니다. 별을 좀 더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디자인도 하고 싶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천문대 짓는 일들이에요.

지방에 보면 천문대를 많이 짓고 있어요. 최초로 생긴 것이 대전, 영월, 김해인데 제가 기획하고 자리를 잡아줬거든요. 대전시민천문대와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은 제가 직접 운영을 하고 있어요. 대전은 무료로 운영하고 있고 충주는 3월에 오픈을 하는데 관람료는 2~3천 원 정도에요. 별 볼 때 돈이 많이 들어가면 안 되거든요.

한때 잡지를 만들고 싶어서 99년도에 <별과 우주>라는 월간지를 칼라로 200페이지 정도로 해서 만든 적이 있어요. 하다가 무리를 해서 영영 별을 못 볼 뻔 했어요.(웃음)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 싶어서 5년 만에 접고 휴간을 시켰어요.

지금도 가끔씩 독자들에게 편지나 이메일이 와요. ‘아직도 힘드신가요? 힘내세요.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등등. 답장을 못 쓰겠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다시 도전을 해볼까 하는데 직원들이 말립니다.

그리고 천문대 망원경을 외국제를 수입해서 쓰는데 몇 년 전부터 연세대와 경희대와 함께 산학으로 R&D 활동을 했어요. 작년부터 국산화를 시켜서 한국천문연구원과 MOU를 체결하고 올해부터는 대형망원경을 국산화시켜서 만듭니다.

▶ 천문대를 보기 위해서 여행도 많이 하셨을 텐데 어느 나라 별이 가장 아름다운가요?

미국에서나 보나 중국에서 보는 별이나 다 똑같거든요. 사실 책을 가장 많이 본 독자들이 군인이에요. 군대 갈 때 필독서에요. 왜냐하면 밤이 되면 보초설 때 겁나잖아요. 밤하늘의 별을 알고 나면 홈그라운드가 되는 거예요.

별이 뜨면 어딜 가나 내 집 같고 내 고향 같아요. 북반구를 여행할 때는 어디나 똑같은 느낌을 받아요. 남반구의 호주의 하늘을 보고 놀랐는데 시드니에서 차를 빌려서 5,6백km 정도 안으로 들어가요. 오두막을 빌려서 장작 패고 밥해 먹곤 했는데 밝은 별들이 남반구 쪽에 다 있어요.

그래서 별빛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는 느낌까지 받았어요. 돗자리 깔고 누워서 보면 쏟아져요. 우리나라는 요즘 핸드폰 때문에 조용히 별을 볼 수가 없어요. 호주에 가면 조용하고 자연이 좋아서 별을 보고 싶을 때면 가끔 가요.

◇ 7월 칠석, 두 별의 만남은 착시현상

▶ 가장 별을 잘 볼 수 있는 계절이 겨울이라면서요?

추워서 어렵죠. 단지 겨울에는 밝은 별들이 많아요. 겨울이 되면 별이 잘 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데 두 가지 이유에요. 하나는 밤이 길다 보니까 잠자기 전에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어요. 또 하나는 겨울철에 보는 별들이 밝은 별들이 많은 거예요. 제일 밝은 별을 일등성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일등성의 반이 겨울하늘에 모여 있어요.

▶ 7월 칠석에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고 하잖아요. 실제로 두 별이 가까워진다면서요?

해나 달이 뜨거나 질 때 커 보여요. 별도 마찬가지에요. 지평선에 있을 때는 멀어져 보이고 7월 칠석이 되면 거의 머리 위로 올라오거든요. 옛날에는 어두워지면 두 별 사이의 은하수가 굉장히 잘 보였을 거예요.

두 별이 봄부터 보이는데 여름이 되면서 머리 위로 올라오니까 시각적으로 가까워져 보이는 거죠. 그러다가 가을이 되면 지평선 쪽으로 내려오니까 멀어져 보이는 거고요. 가장 가까이 보일 무렵이 7월 칠석이고 동양에서는 사랑하는 남녀를 이야기했고 서양에서는 사랑하는 독수리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두 마리의 독수리가 직녀는 날개를 접고 내려오고 견우는 날개를 펴고 올라가면서 서로 만나는,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시각적으로 그렇게 보입니다. 교과서에는 사랑해서 헤어졌다고 하는데 전설을 조사하다 보니까 사실은 부부싸움을 해서 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둘이 첫눈에 반해서 결혼했는데 너무 틀린 거예요.

하나는 자유분방한 목동이었고 하나는 베만 짜는 공주였고, 다른 면에 끌려서 결혼했는데 그것 때문에 부부싸움을 했대요. 어느 날 견우가 직녀를 못살게 구니까 베틀에 북을 집어서 집어던졌는데 견우 머리에 맞고 튀었어요.

베틀의 북이라는 별자리가 있어요. 결국 견우가 이혼을 요구했고 옥황상제는 절대로 이혼은 안 된다고 저쪽에 땅을 줄 테니까 별거를 하라고 해서 1년에 한 번 만나는 조건으로 별거를 시작했다는 전설도 있더라고요.

▶ 생일과 별자리의 관계는 어떤 건가요?

양력생일로 나오는 건데 자기가 태어난 날 해가 있는 곳이에요. 지구가 태양을 돌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에는 해가 도는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자기가 태어난 날 해가 어느 위치에 놓여있느냐에 따라서 결정이 되는 건데 해가 1년 동안 12별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1년이 지나갑니다. 자기가 태어난 날 자기 별자리는 안 보여요.

해가 떠 있으니까 안 보이는 거죠. 서양에서는 하늘에서 가장 큰 것이 해이고 그 다음이 달이고 5행성인데 해가 있는 곳에 따라서 그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전설 때문에 해가 있는 별자리가 탄생별자리가 된 것이고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그걸 가지고 점을 친 것 같아요.

▶ 지금까지 사람이 발견한 별의 숫자가 나와 있어요?

별은 스스로 타는 스타라고 말씀드렸는데 1 뒤의 동그라미를 다 셀 수는 없죠. 우리 은하계 내에 있는 별들은 망원경으로 보이지만 그 너머의 별들은 보기가 어려워요. 다만 태양계 안에 있는 행성이나 소행성, 혜성 같은 것은 발견해서 이름도 붙이곤 합니다. 21세기 들어서 몇 십 만개가 넘었을 거예요.


▶ 이름은 어떻게 붙이는 거예요?

고유한 이름도 있고 너무 많다 보니까 분류기호가 있어요. 행성이나 소행성, 혜성 같은 것은 발견한 사람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 SF로만 봤던 우주 여행시대, 곧 열려

▶ 별도 탄생과 죽음이 있나요?

스스로 타지 못하면 별이 아닌 거예요. 해는 스스로 타기 때문에 별이고 지구는 타지 않기 때문에 별이 아니에요. 스스로 타는데 아래에 점을 찍으면 수소가 돼요. 수소가 타는 게 별이거든요. 물질이 많이 모이면 온도가 올라가는데 수소가 모여서 1천만도 이상 되면 탑니다.

즉 별은 1천만도 돼서 수소가 타다가 다 타면 죽는 거예요. 수소가 모여서 스스로 타면서 별이 만들어지고 다 타면 죽습니다. 뭐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거겠죠.

▶ 예전에 광고에서 ‘초신성처럼 등장한 기업’이라는 말도 등장했는데 초신성이란 게 뭐예요?

초신성은 뚱뚱한 별의 시체입니다. 해보다 큰 별이 죽을 때 펑 터지는 거예요. 수소가 다 타서 나중에 죽게 되는데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다가 나중에 터집니다. 그럴 때 몇 십만 배 이상 밝아지겠죠.

안보이던 별이 갑자기 밝아진 걸 보고 초신성이라고 하는데 초신성은 새로 태어난 게 아니고 해보다 큰 별이 죽을 때 터지는 거예요. 그래서 초신성처럼 등장한 기업이라고 광고를 하면 반짝하다 망한다는 겁니다.(웃음) 보통 천년에 한 번씩 발견되는데 초신성이 터지면 낮에도 발견할 정도에요. 역사상 우리 인류가 발견한 게 3개밖에 안 돼요.

확률적으로 터질 때가 되었는데 하늘 보다가 밝은 게 보이면 최대한 빨리 연락하세요. 그러면 그 하늘에 영원히 이름이 새겨집니다.

▶ 이제는 지구도 만원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탈 지구’ 혹은 ‘원대한 미래세계의 존재’로써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보면서 과연 이것이 SF로 끝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많이 하는데 가까이 있는 달 같은 경우는 몇 십 년 이내에 갈 수도 있고 살 수도 있을 겁니다.

더 멀리 있는 별들도 500년, 1천년이 지나면 충분히 여행할 수 있을 거예요. 과학문명의 발달속도로 본다면 500년, 1천년 후에는 거의 광속에 가까운 우주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다른 세계에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겁니다.

그런데 좀 걱정은 돼요. 우리가 영화를 보면 ET도 있고 에이리언도 있잖아요. 500년, 1천년 후에 우리가 나갔을 때 과연 ET가 될 것인가, 에이리언이 될 것인가? 우리가 에이리언을 무서워하잖아요. 처음에 유럽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인디언들을 많이 죽이면서 에어리언 역할을 했잖아요. 500년, 1천년이 긴 세월이 아니에요.

정말로 우리가 앞선 문명이라면 다른 생명체나 문명을 발견했을 때 ET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전쟁하는 걸 보면 에이리언이 될 가능성이 더 큰 것 같아요.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별이 좋아서 별을 봤고,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낭만적으로 별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꿈이 되었어요. 지금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별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더 쉽게 별을 볼 수 있는 것, 잡지도 만들어 보고 싶고 망원경도 만들어서 외국에 수출도 해보고 싶어요.

별처럼 사람들이 한결같은 세상, 별보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그런 게 제 꿈이고 하고 싶은 일이에요.

(FM 98.1MHz 월~토 오후 4시 5분, 정리=박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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