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TV 사극, 새 피 수혈 시급

장르 다양해 졌지만 배우들은 중복 출연

젊은 연기자들
TV 사극이 붐이다. 정통 역사극부터 판타지를 접목한 사극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은 그렇지 않다. '대조영'의 최수종, '왕과 나'의 전광열, 전인화, 양미경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나물에 그 밥. 왜 그럴까?

사극을 주로 제작해온 한 드라마 PD는 "요즘 사극으로 젊은 연기자를 캐스팅하려면 1순위, 2순위도 어렵다"며 "긴 촬영 일정과 지방 촬영이 많은 점, 다른 일과 함께 (촬영을) 소화할 수 없는 것 때문에 꺼리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러한 가운데 연기 잘하는 배우로 통하는 탤런트 오만석은 SBS 월화극 '왕과 나'에 도전했다가 '미스캐스팅 논란'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성종 역의 고주원이나 소화 역의 구혜선도 가슴앓이를 했다.

오만석은 "내가 봐도 댕기머리는 안 어울렸다. 어떤 분은 멕시코 청년이 사극을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며 "나를 싫어하는 분들이 상처를 주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책임감을 느끼고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혜선은 "현대극을 할 때는 자유롭게 표현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깨가 무겁고 압박이 있다. 송곳으로 자신을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고 부담감을 토로했다.

대본 늦어져 배우들도 다음 줄거리 '몰라'

젊은 배우들의 주춤거리는 연기에 대해 표면적인 비판이 우선 앞선다. 그렇다고 그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 우선 고질적인 TV 사극 시스템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

최근 '왕과 나' 수원 세트장 오픈식에 자리한 젊은 연기자들에게 그들이 연기하는 극 중 인물에 대해 물었지만 하나같이 "아직 대본이 안 나와서 잘 모르겠다"고 어정쩡한 대답만 돌아왔다.

심지어 "나도 내 정체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연기자도 있었다. 자신이 연기하고 있는 인물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촬영 직전에 나오는 대본 외우기에도 바빴던 것.

한 주연 배우는 "생방송 같은 드라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방송 전에 절반의 촬영을 끝내고 방송을 내보내던지 마무리 짓고 방송이 되든지 하는 등의 여건이 갖춰줘야 한다"며 "현재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극에 숙련되지 않은 젊은 연기자들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극 중 인물을 연기해야 하거나 인물 성향이 처음 기획 의도와 달라지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들과 맞닥뜨려야 한다.

베테랑 장년 연기자야 이름 그대로 베테랑이기 때문에 어떤 급작스러운 상황에도 소화할 수 있지만 젊은 연기자들은 경험이 부족해 매번 당황하고 만다.

이병훈 PD는 "이영애도 자신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고비를 맞았을 때 '대장금'과 만나 결국 이전 보다 더 성장한 '배우'로 거듭나게 됐다"면서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당장 개선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면, 젊은 연기자들의 도전과 근성을 펼치기에는 사극만한 장르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직 연기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젊은 연기자들이 맘놓고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분위기와 제작 환경이 수반돼야 사극이라면 웬지 기피하는 젊은 연기자들의 노크도 더 활발해질 것이다. 멍석을 제대로 깔아주지 못해서지 깔아주면 해내는 이들이 요즘 젊은 연기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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