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인구 약 10만~30만명까지 한 선거구로 묶였던 것(인구편차 3대 1 규정)이, 향후 약 13만~27만명 범위(2대 1)로 좁혀진다. 따라서 올해 9월말 현재 기준 인구 34만7611명인 인천 서구강화군갑 선거구는 쪼개져야 하고, 인구 10만622명인 경북 영천시 선거구는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결국 대도시 의석이 증가하고 농어촌 지역 의석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인구 과잉 기초자치단체가 많은 수도권 쪽 의석이 증가할 공산이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분류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경우 '인구상한 초과' 선거구가 무려 24개나 되고, '하한 미달' 선거구는 2개에 그친다. 어떻게 조정을 하더라도 의석 '순증'을 피할 수 없다.
반면 대구·경북 지역, 광주·전남·전북 지역은 초과 선거구(각각 2개와 4개) 보다 미달 선거구(각각 7개와 8개)가 압도적으로 많아 의석 감소가 분명하다. 강원 지역도 미달 선거구만 2개여서 처지가 같다. 나머지 지역은 초과 선거구와 미달 선거구 수가 비슷하거나 같아 '역내 미세조정'으로 의석 유지가 가능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수도권으로 정치역학적 균형이 집중되면서, 지방의 정치적 발언권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 이에 따라 "대도시 인구밀집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지역 대표성의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고민해야 한다"(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 "헌재 선고에서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아쉽다"(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 등의 우려가 나왔다.
지방의 정치력이 약화되면서 영호남 지역패권 구도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적 측면에서는 호남세가 훨씬 더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충청권은 의석이 늘거나 유지될 것이 분명해,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커질 수 있다. 충청권 의석 증가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권역별 의석수가 크게 변화 불가피해 정치권이 요동칠 것 같다"고 촌평했다.
의석구도 변화는 정의당 등 소수 정당에게는 세력 신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역색이 옅은 수도권에서 의석이 많아지면서 '계급투표' 확대에 따른 정치적 이익이 생긴다는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지역 패권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수도권에서 의석이 늘면 그만큼 군소정당에게 기회가 더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소수 정당의 진로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지금의 단순 다수대표제를 유지한다면 아무리 선거구를 다시 획정해도 큰 의미가 없다"며 "중대선거구제, 결선투표제 도입과 비례대표 확대 등으로 사표를 최대한 방지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