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넥센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옆구리 투수'를 극복해야 한다.
▲'옆구리 투수'에 약한 넥센 타선
넥센은 올해 타격의 팀이었다. 팀 홈런 1위(199개), 팀 득점 1위(841점), 팀 타율 2위(2할9푼8리)를 기록했다.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200안타를 넘어선 서건창부터 11년 만에 50홈런 고지를 밟은 박병호, 유격수 최초 40홈런을 친 강정호까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타선을 자랑했다.
하지만 넥센 타선에도 약점은 있었다. 바로 언더핸드와 사이드암 같은 '옆구리 투수'에게 약했다. '옆구리 투수' 공략에 애를 먹는 오른손 타자들이 많은 탓이다.
'옆구리 투수'를 상대로한 넥센의 타율은 2할7푼5리, 출루율은 3할5푼6리, 장타율은 4할7리다. 시즌 타율 2할9푼8리, 출루율 3할8푼2리(1위), 장타율 5할9리(1위)에 한참 못 미치는 기록이다. 그만큼 '옆구리 투수'에 약했다.
실제로 넥센은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옆구리 투수' 우규민과 신정락을 공략하지 못했다. 1차전에서는 우규민이 내려간 뒤에야 4점을 뽑았다. 2차전에서는 신정락에게 7이닝 동안 솔로 홈런 하나로 1점을 뽑은 것이 전부였다.
1승1패에서 3~4차전은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넥센이 3, 4차전을 모두 잡지 못해 5차전으로 갈 경우 다시 우규민이 선발로 나선다. 게다가 2차전 선발이었던 신정락도 나흘 쉬고 대기한다. 넥센으로서는 4차전에서 끝내는 것이 좋은 이유다.
지난 27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넥센이 5-3으로 앞선 8회초 염경엽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처럼 한현희를 올리지 않고 마무리 손승락을 마운드에 세웠다.
기록을 살펴보면 손승락이 먼저 등판한 이유를 알 수 있다. 8회 LG 타선은 박용택, 이병규(7), 이진영이 나설 차례였다. 모두 좌타자다. '옆구리 투수'는 기본적으로 좌타자에게 약하다. 물론 한현희가 리그를 대표하는 셋업맨이었지만, 우타자를 상대로 5할2푼7리의 피OPS를 기록한 반면 좌타자에게는 피OPS 8할6푼9리로 굉장히 약했다.
대신 손승락은 오른손 투수임에도 왼손 타자에 강했다. 우타자에게는 올해 홈런 6개를 맞는 등 피OPS 9할2리로 흔들렸지만, 좌타자는 피OPS 5할3푼6리로 잘 막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플레이오프에서 "고정 마무리는 없다"고 선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만큼 상황에 따라, 또는 타자에 따라 손승락과 한현희를 순서에 상관 없이 기용하겠다는 의미다.
한현희는 2차전에서는 8회초 1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정성훈에게 볼넷을 내준 뒤 대타 이병규(9), 박용택 등 좌타자에 당했다. 한현희는 조상우, 손승락과 함께 넥센 불펜의 핵심이다. 선발이 약한 넥센으로서는 불펜 3인방의 역할이 중요하다. 좌타자에 대한 약점을 이처럼 명확하게 드러낼 경우 기용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