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국회 앞에서 박 대통령을 기다리던 유가족 40여 명은 의자 위에 올라가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아무 죄도 없는 내 새끼들, 수학여행 간 죄 밖에 없는데…"
하지만 차량에서 내린 박 대통령은 유족들을 향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본청 정문으로 들어갔다.
이날 국회 본청 정문 앞에는 박 대통령 방문에 대비해 레드카펫이 깔렸다. 수십 명의 청와대 경호원들이 아침 일찍 국회로 나와 대비했다.
전날 저녁 이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밤새 대통령을 기다렸던 유족들은 정문 양쪽으로 갈라섰고, 그 앞으로 방패를 든 경찰과 수십 명의 통제 인력이 겹겹이 에워쌌다.
통제선 안쪽으로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라고 쓰인 피켓이 보였다.
대통령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눈 깜짝할 새 지나가자 유가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새빨개진 눈을 훔치며 의자 위에 주저앉았다. 몇몇 학부모는 "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느냐"며 오열하기도 했다.
쳐다봐주지도 않는 대통령을 원망하며 "국민들이 살려달라고 하지 않느냐. 다른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상 규명을 해달라는 것이다. 1년이 지났나, 2년이 지났나"라며 본청 정문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이후 몇몇 국회의원들이 본청으로 들어가자 유가족들은 다시 의자 위로 올라가 피켓을 흔들며 절규했다.
"아빠는 왜 아들딸이 죽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왜 진상 규명이 안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의원님, 여기 좀 보고 가세요! 의원님… 왜 우리를 외면합니까"
국회 본청으로 들어가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통제선 너머로 유가족들을 바라보다 "(대통령께서) 손을 한 번 잡아주시면 좋을 텐데요 "라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은 박 대통령이 그냥 들어갔다는 말에 "아쉽네요"라고 짧게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박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모두 본청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한참동안 세월호 진상 규명을 외쳤다.
한숨 섞인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유가족들도 있었다.
유가족들은 본회의 시정연설이 끝나고 나올 박 대통령에게 한 번 더 철저한 진상 규명 등 요구사항을 전달할 것이라며 본청 앞을 떠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4월 16일을 기억하세요",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박 대통령을 기다렸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허망하게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한꺼번에 외치면서 계속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아냈다.
두 시간여가 지난 11시 50분쯤 박 대통령이 본청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유가족들의 절규는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유족들을 한 번 쳐다보았을 뿐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반응 없이 차에 올라 국회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