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요 건설사들은 국내 건설경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수주 확대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는 전체 수주 규모 면에선 사우디 등 중동국가에 밀리지만,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연 10%대의 고속성장을 하며 대형 건설 일감을 속속 만들어내고 있다.
또 주요 건축물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산이란 점에서 우리 건설사의 위상은 어느 곳보다 높다.
말레이시아 최고층 빌딩으로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 건물이 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삼성물산과 일본 기업의 합작품이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는 말레이시아 텔레콤 사옥과 IB타워, KLCC타워 등 초고층 순위 2, 3, 4위 빌딩 공사를 독차지하며 쿠알라룸푸르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있다.
지난 23일 취재진이 방문한 쿠알라룸푸르의 대우건설 주요 공사현장에는 30도를 웃도는 적도의 열기 속에서도 시원한 건설한류 바람이 불고 있었다.
◈ 초고층 시공기술 집약체, IB타워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인 빈자이(Binjai) 지구에서 완공을 눈앞에 둔 IB타워는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자랑하는 현지 건축물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말레이어로 '새로운 영감'을 뜻하는 '일함바루'의 영어 약자인 IB타워는 274미터(지상 58층) 높이가 우선 눈길을 잡아끈다.
내년 1월 완공시 452미터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310미터 말레이시아 텔레콤 사옥에 이어 3번째 높은 건물이 된다.
IB타워가 특별한 이유는 높이 외에도 독특한 외관 디자인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혁신적 공법에 있다.
이 건물은 뉴욕 허드슨 타워와 런던 시청 등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영국의 노만 포스터가 콘셉트 디자인을 맡아 발주시점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포스터는 건물 기둥(Mega Tube Truss)을 건물 바깥으로 빼냄으로써 내부의 개방감은 극대화한 대신에 시공 상에는 난제를 남겼다.
이런 공법은 통상 교각에만 적용돼온 것으로, 특히 하중을 분산시키는 기둥인 전이보(Transfer Gider)가 45도로 꺾이도록 설계돼 이를 단시일 내에 시공하는 게 관건이었다.
대우건설은 이를 3D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 공종간의 간섭을 최소화해 최적화된 일정으로 공사를 진행함으로써 해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건물 내부의 무게중심 위치에 의해 준공 후에는 빌딩이 100밀리미터 이상 기울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기순 현장소장은 "원설계자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문제점을 알아낸 대우건설의 기술력은 발주처에 강한 인상을 남겼고, 당연히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지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 말레이 최대 컨벤션센터, 마트레이드 센터
마트레이드 센터는 특히 중앙에 가로와 세로, 180미터와 72미터에 이르는 무(無) 기둥 대형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전면과 지붕이 곡선형으로 이뤄지는 높은 수준의 시공능력이 요구된다.
때문에 최초 입찰 시에도 시공능력을 갖춘 일부 회사들만 초대받아 지명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현지 공사 관계자는 "IB타워에 못지않은 어려운 시공으로, IB타워가 높이가 문제였다면 마트레이드 센터는 넓이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최대 90미터, 무게 2,700톤에 이르는 메가트러스(대형 보)를 15미터 마다 총 12개를 적용했고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인양하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또 바닥에 가해지는 충격과 반복하중, 처짐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에선 인식이 부족한 첨단 기술인 포스트 텐션(Post-Tension) 기법을 적용했다.
이 기법은 철근 매입용 케이스인 시스를 콘크리트 속에 매입해 타설하고 콘크리트가 굳은 후에는 철근을 매입해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시공은 어렵지만 하중에 강하고 균열이 생기지 않는 장점을 지니게 된다.
마트레이트 센터는 현지의 많은 강수량에 착안, 빗물을 이용한 수자원 효율을 높이는 등 녹색빌딩지수(GBI) 평가에도 주력함으로써 향후 수주에서도 유리한 이점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건설은 1983년 수방(Subang) 공항 격납고 건설공사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이래 국내 건설사는 물론 해외 경쟁사에 비해서도 우월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 중심에 IB타워와 마트레이드센터, 다만사라 시티(Parcel 2)를 잇는 각변 10㎞ 안팎의 삼각지를 채워놓고 있는 퍼블릭뱅크 본사 사옥과 세인트 레기스 호텔, KLCC타워 등 각종 기념비적 건축물들이 그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