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들어 연속 골이 터지며 후반 27분까지 3-1로 크게 앞선 성남FC는 안방에서 '대어'를 잡는 기쁨과 함께 강등권 탈출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듯했다. 반면 울산 현대는 자칫 하위 스플릿으로 밀려 기업구단의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후반 27분 성남이 동시에 김동희와 곽해성을 불러들이고 이종원가 이요한을 투입하면서 경기의 흐름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중원과 수비에 한 명씩 선수가 교체되면서 조직력이 흐트러진 빈틈을 울산이 그대로 꿰뚫었다. 후반 28분 이호가 1골을 따라 붙었고, 흔들리는 성남을 거세게 몰아치며 후반 38분과 39분 차례로 양동현과 박동혁이 골 맛을 보며 울산의 극적인 4-3 역전승을 합작했다.
이 경기에서 울산의 조민국 감독은 말 그대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야 했다. 이 경기의 결과에 따라 상위 스플릿 합류 여부가 걸려있는 만큼 울산 구단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승부였다.
전반 37분 따르따가 선제골을 넣었을 당시만 해도 벤치를 박차고 달려 나와 기뻐했던 조민국 감독은 후반 연속 골을 내주자 크게 낙담했다. 주심의 판정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좀처럼 경기의 흐름을 이해할 수 없다는 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조민국 감독은 "축구 감독으로 수백경기를 치러봤지만 오늘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3골을 넣은 선수들이 고맙다. 가장 기억에 남고 멋있는 경기였다"고 크게 기뻐했다.
울산은 이 경기에서 패하더라도 같은 시각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인천이 전남을 꺾기만 해도 상위 스플릿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전남은 6골이 터지는 난타전 끝에 인천과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모든 상황이 울산의 상위 스플릿 합류로 향했다.
조민국 감독은 "인천이 2-1로 이기는 상황까지는 알고 있었다. 인천을 응원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일단은 우리가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공격에 나섰다"고 극적인 역전승의 비결을 공개했다.
비록 상위 스플릿 합류로 자존심은 지켰지만 울산은 김신욱에 이어 이용까지 큰 부상으로 올 시즌의 잔여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공수 전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들의 빈자리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민국 감독은 상위 스플릿 진출의 기세를 이어 남은 5경기에서 내년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각오다. "김신욱, 이용이 앞으로 못 나오지만 분위기가 올라온 만큼 나머지 5팀을 괴롭히는 축구를 하겠다"는 조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올 시즌 최다인 4골을 넣었는데 상위 팀들과 승점 차를 좁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