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사·210화력여단 이전한다더니...또 국민 속인 국방부

제대로된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군 당국 일방적 결정

용산기지이전계획에 따른 공원조성 계획 (국방부)
한·미 양국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개최된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용산에 위치한 한미연합군사령부 본부와 동두천에 위치한 210화력여단을 현재 위치에 잔류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한미연합사와 210화력여단 잔류 문제가 나올때 마다 "이전계획 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는 점에서 국민들을 속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기존 계획 수정해 연합사·210화력여단 잔류

한미 양국장관은 이날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필수 최소 규모의 인원과 시설을 포함한 한미연합군사령부 본부를 현재의 용산기지 위치에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심화된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보다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대화력전 수행 전력(210화력여단)을 한국군의 대화력전 증강계획이 완성되고 검증될 때까지 한강 이북 현재의 위치에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미연합사 본부의 경우 이번 SCM에서 전작권 전환이 연기됐기 때문에 한미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정보교류를 위해 현재 위치에 잔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게 양국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210화력여단의 경우 전쟁발생 초기 북한의 장사정포를 선제적으로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후방배치 보다는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노무현정부 당시인 지난 2004년 결정된 용산기지 이전계획(YRP)과 미2사단 이전계획(LPP)의 일부를 수정하겠다는 뜻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004년 국회비준 당시에도 안보관련 시설에 대한 이전에 대해 예외규정을 뒀기 때문에 YRP와 LPP에 대한 국회비준을 다시 받을 필요는 없다"며 재차 국회비준을 받을 필요없이 이번 결정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 국방부 "한시적인 잔류, YRP.LPP 추진에 큰 영향 없어"

국방부는 두 부대의 잔류 결정에도 불구하고 기존 YRP와 LPP 추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용산기지 이전을 전제로한 용산공원정비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7년까지 용산기지 부지 265만㎡ 가운데 지난 2004년에 이미 잔류가 결정된 미대사관부지와 드레곤힐호텔 부지를 제외한 약 243만㎡은 공원으로, 약 18만㎡는 복합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잔류 부지는 전체 용산기지의 10% 이하의 면적이 될 것"이라며 "그 부지는 현재 한미연합사령부 건물 위치와 미8군이 위치한 부지"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오는 2020년대 중반쯤 전작권이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용산공원 조성이 완료되는 오는 2027년까지 연합사 본부 등은 모두 이전해 공원조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10화력여단과 관련해서도 영구적인 잔류가 아닌 '한국군의 대화력 전력 증강 완료'를 전제로한 한시적인 잔류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민구 장관은 2020년쯤까지, 그것보다 당겨질 수도 있고, 늦춰질 수도 있지만 개전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국군의 대화력 전력 증강을 완료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210화력여단의 위치는 동두천 시내와 한참 떨어진 산악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현재 동두천에 잔류중인 부대들의 이전만으로도 동두천 개발계획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양미 군사당국이 일반적으로 결정 '국민 우롱'

문제는 YRP와 LPP 추진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 등 현재의 안보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두 부대의 잔류 결정이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국방부는 그동안 한미연합사 본부와 210화력여단 잔류 문제가 나올 때마다 "결정된바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한미연합사 본부 잔류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7월 1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용산기지는 YRP에 따라서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연합사 본부 잔류) 논의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며 입을 다물었다.

210화력여단 잔류와 관련해서도 김 대변인은 "미2사단을 평택으로 옮기는 LPP 계획은 그 틀은 유지가 된다(9월 18일 정례브리핑)"고 강조했다.

특히, 한민구 국방장관까지 나서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은 한.미 간에, 국민께 약속한 부분이라서 기본적으로 그렇게 이행되는 것(7월 29일 기자간담회)"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의 설명이 큰 틀에서는 틀리지는 않은 말이지만 두 분대의 잔류 결정은 엄연히 2016년까지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YRP와 LPP를 일부 수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군부대의 이전 문제는 안보 측면의 문제인 동시에 미군이 반환하는 우리 국토의 사용과 관련된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제대로된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한미 군사 당국이 밀실에서 결정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장 이번 결정과 관련해 용산과 동두천 등 해당지역 주민과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야당 등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YRP와 LPP의 일부 수정이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국회비준을 거쳐야 하느냐를 놓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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