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두산 새 감독은 왜 전임 사령탑들을 언급했을까

'전임 사령탑 뜻을 잇겠습니다' 김용희 SK 신임 감독(왼쪽)이 23일 공식 취임식에서 모자를 쓰고 있다. 오른쪽은 전날 취임식을 가졌던 김태형 두산 신임 감독.(인천=SK 와이번스, 자료사진=두산)
프로야구 SK 제 5대 사령탑 김용희(59) 감독이 공식 취임했다. 올해를 끝으로 임기가 끝난 이만수 감독(56)의 뒤를 이어 2년 동안 비룡 군단을 이끌게 됐다.

김 신임 감독은 2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최창원 구단주와 임원일 구단 사장, 민경삼 단장 등의 축하 속에 SK 유니폼을 입었다. 2군 감독과 올해 육성총괄로 행정 업무까지 역임한 김 감독이라 구단 파악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단 김 감독은 선수단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SK의 빨간 색 점퍼를 보니 가슴 끓는 듯한 감정"이라면서 "1년 동안 현장을 떠났다가 유니폼을 입게 됐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선수 여러분, 가슴을 펴고 고개를 숙이지 말라"면서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슬픈데 내년에는 올해 막판 보인 뜨거운 가슴으로 뛰었던 야구로 가을잔치에 팬들을 초대하자"고 격려했다.

▲김용희 "김성근 감독 조언, 가슴에 와닿았다"

'야신께 많이 배우겠습니다' 김용희 SK 신임 감독(오른쪽)이 23일 취임식에서 김성근 SK 감독(왼쪽)에게 조언을 많이 구할 뜻을 밝히고 있다.(인천=SK, 자료사진=노컷뉴스)
취임 회견에서는 전임 사령탑, 특히 김성근 감독(72)을 언급한 부분이 귀에 들어왔다. 김 감독은 "어제 김성근 감독을 만나 조언도 많이 들었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72)은 SK 3대 사령탑으로 2007년부터 2011년 시즌 중반까지 지휘봉을 잡았다. 2010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고, 이 중 3번 우승했다. 이후 2011시즌 도중 사퇴했다.


김용희 감독은 노장 선배와 대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교감을 나눴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 감독은 "김성근 감독은 SK에서 좋은 성적을 낸 만큼 노하우와 배울 것이 당연히 있다"면서 "가슴을 열고 자신감 있게 하라는 등 좋은 조언이 많았고, 마음에 와닿았다"고 했다.

전날 김태형 두산 신임 감독이 취임식 때 했던 발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김태형 감독은 제 10대 두산 사령탑 취임식에서 자신의 롤 모델로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 김경문 현 NC 감독 등 전 베어스 사령탑을 꼽았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와 코치 시절) 그분들의 좋은 점들을 많이 배웠다"면서 "선수들이 어떤 말과 행동을 했을 때 따르는지 지켜봤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야구를 하겠다"고도 했다. 빅볼을 추구했던 두 전임 감독의 선굵은 야구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SK-두산 팬들, 전임 감독 향수 '공통점'

SK와 두산은 모두 사령탑 선임과 관련해 논란이 적잖았던 팀들이다. 특히 바로 전임 감독에 대한 팬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먼저 SK는 빛나는 업적에도 김성근 감독이 2011시즌 도중 사퇴해야 했다. 당시 구단 대표와 갈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수 감독이 뒤를 이어 2011년과 2012년 KS에 진출했으나 김 감독에 대한 팬들의 미련은 끈질겼다. 지난해 7년 연속 KS 진출이 무산된 뒤 이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저도 많이 배우겠습니다' 22일 취임식에서 김경문 현 NC 감독이자 전 두산 감독(오른쪽)을 언급하며 롤 모델로 삼을 뜻을 밝힌 김태형 두산 신임 감독.(자료사진=두산, 노컷뉴스)
두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경문 감독은 1995년과 2001년 KS 우승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의 뒤를 이었다. 2004년부터 세 번의 KS 진출을 이끈 김 감독은 그러나 2011시즌 도중 사퇴했다.

이후 김광수 대행에 이어 김진욱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으나 지난해 KS 준우승을 이끌도도 경질됐다. 후임 재일교포 출신 송일수 감독은 경기 초반 번트 등 소극적인 야구로 팬들의 질타를 받은 끝에 결국 임기 2년을 남기고 물러나게 됐다.

결국 SK, 두산 신임 감독들은 취임식에서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임 사령탑의 야구를 잇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 세월의 시행착오를 돌고 돌아 다시 전임 감독들의 야구가 부각된 것이다.

김용희 감독은 "6년 연속 KS 진출은 큰 경험이자 기록인데 강병철 초대 감독부터 김성근, 이만수 감독까지 연결이 돼서 가능했다"면서 "팀에 소중한 자산인 만큼 좋은 점은 반드시 계승하고 현재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김 감독은 "이만수 감독에게도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감독은 사령탑 이취임식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최창원 구단주로부터 행운의 열쇠와 꽃다발을 전달 받고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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