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스나이더는 LG의 골칫거리였다. 지난 7월4일 퇴출된 조쉬 벨을 대신해 LG와 계약했지만, 페넌트레이스에서 37경기 타율 2할1푼과 홈런 4개에 그쳤다.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부상까지 겹치면서 말 그대로 LG의 애물단지가 됐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LG 양상문 감독과 주장 이진영은 기대할 선수로 스나이더를 꼽았다.
이유는 있었다. 바로 바뀐 렌즈 때문이었다.
타격 매카니즘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도 터무니 없는 스윙을 하는 스나이더를 보고 양상문 감독이 눈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했고, 난시와 근시가 동시에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스나이더는 렌즈를 바꿨고, 공이 방망이에 맞기 시작했다.
양상문 감독은 1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스나이더에게 기회를 줬다. 힘이 좋은 타자니 맞기만 하면 좋은 타구가 나올 거란 판단이었다.
스나이더는 1차전에서도 안타 3개를 치며 양상문 감독을 활짝 웃게 만들었다. "마산에서 홈런 3개만 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대로는 아니었지만,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이었다.
그리고 22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
이번에는 양상문 감독이 기다렸던 홈런포가 터졌다. 1-0으로 앞선 4회초 1사 1루에서 NC 선발 에릭 해커의 3구째 141km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양상문 감독이 인정했던 수비도 만점이었다. 특히 3-1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7회만 2사 1, 2루에서는 우중간으로 빠지는 안타를 전력질주해 잡았다. 뒤로 빠졌으면 순식간에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스나이더의 수비 덕분에 1점만 주고 2사 1, 3루로 막았다.
LG의 골칫거리에서 LG가 그토록 원했던 가을남자로 다시 태어난 스나이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