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나카무라 "똑똑한 학생은 오히려 작은 기업에 간다"

"내 밑에 똑똑한 학생 10명이 있으면 모두 작은 벤처 기업에 가고 싶어한다. 오히려 부족한 학생들이 대기업 입사를 원한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60)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SB) 교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소 생소했다. 한국과는 정반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21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서울반도체 본사에서 나카무라 교수를 만났다. 나카무라 교수는 매 분기에 한 번씩, 1년에 총 4차례 서울반도체와 서울바이오시스를 찾는다.

그는 2010년부터 두 회사의 기술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한국에 올 때마다 중앙연구소 연구원들과 발광다이오드(LED) 제품 개발 방향을 논의한다.

"대기업 연구원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그냥 '샐러리맨'이다.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상시스템도 없다. 대기업 연구원이 노벨상을 받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나카무라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나카무라 교수가 언급한 보상시스템은 스톡옵션이었다. 특허 출원 등으로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준 연구원에게 합당한 수익을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역대 노벨상을 받은 일본 기업인은 모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소속이었다고 나카무라 교수는 강조했다.

대기업에서는 상사가 많아서 '미친 짓'을 할 수 없다는 게 나카무라 교수의 주장이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미친 짓을 많이 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때마다 상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삼성·LG와 같은 대기업에 얼마나 많은 상사가 있느냐며 웃었다.

자신이 했던 미친 짓으로는 단연 청색 LED 개발 사연을 꼽았다.

당시에는 청색 LED를 징크셀레나이드(ZnSe)로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는데, 나카무라 교수는 파격적으로 갈륨나이트라이드(GaN)를 이용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카무라 교수에게 '미친 짓을 한다'고 비아냥거렸지만, 그는 마침내 청색 LED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손에 거머쥐었다.

나카무라 교수의 학생들과 달리 한국에서 똑똑한 학생들은 대기업 연구원이 되기를 원하는 데, 이러한 추세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카무라 교수는 "안랩과 같이 성공한 작은 회사가 한국에서도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그 이야기를 보고, 듣고 작은 기업에 가고 싶어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에는 중소기업이 많은데 한국은 삼성과 LG 등 5개 대기업이 모든 경제를 컨트롤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본 도쿠시마(德島)현에 머물러야 해 1979년 니치아(日亞)화학공업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그때의 선택이 나카무라 교수의 삶을 바꾼 것이다.

당시 니치아화학공업은 TV 브라운관 등에 쓰이는 형광체를 제조하는 기업이었다. 매출 300억원 수준의 중소기업이었다고 나카무라 교수는 회상했다.

니치아화학공업 창업주가 청색 LED를 개발하겠다는 자신에게 무한한 투자를 해줬는데, 이 모든 게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그는 거듭 강조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차세대 LED 시장을 이끌어 갈 제품으로 서울바이오시스의 UV(자외선) LED를 꼽았다.

UV LED는 자외선을 방출하는 제품으로, 살균 효과가 뛰어나 공기청정기, 정수기, 피부치료 장치, 탈취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서울반도체의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는 전 파장대의 UV LED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앞으로 UV LED 시장이 커지면 서울바이오시스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나카무라 교수는 말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10년이나 20년 안에는 한국도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며 "한국은 가까이에 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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