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선배' 류현진이 강정호·김광현·양현종에게

'내 얘기 잘 들어야 해' LA 다저스 류현진은 21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강정호, 김광현, 양현종(오른쪽 위부터) 등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동료, 후배들을 위해 애정어린 조언을 건넸다.(사진=황진환 기자, 넥센, 박종민 기자)
'괴물' 류현진(27, LA 다저스)이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동료, 후배들에게 애정어린 조언을 건넸다. 메이저리그(MLB) 2년 차 선배로서 경험이 우러나오는 충고다.

류현진은 2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뒤 해외 무대로 도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조언을 묻자 "일단 조언이라기보다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해당 선수들 역시 빼어난 기량을 지닌 터라 조언이라는 표현이 어색했던 까닭. 2014시즌 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은 강정호(27, 넥센)와 26살 동갑내기 김광현(SK), 양현종(KIA)이다. 류현진에 버금가는 선수들이다.

강정호는 올해 프로야구 유격수 사상 처음으로 40홈런과 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2008년 정규리그 MVP 김광현은 올해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서도 13승9패에 평균자책점(ERA) 2위(3.42)를 차지했다. 양현종도 올해 다승 2위(16승)를 차지했다.


▲"외국 동료들과 빨리 친해져라"

다만 류현진은 해외 경험에서는 이들보다 선배인 만큼 진심을 담아냈다. 류현진은 "내가 선배들한테 들은 것처럼 팀 선수들과 얼마나 빨리 친해지느냐 여부가 1년 동안 한 시즌을 편안하게 가느냐, 힘들게 가느냐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기량보다 외국 선수들과 뛰어야 하는 만큼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선구자 박찬호(41)는 다저스 시절 초창기 "김치 냄새가 난다"는 동료들과 주먹다짐을 벌이는 등 힘든 시절을 보냈다.

여기에 류현진의 지난해 MLB 데뷔 성공 비결은 탁월한 친화력이라는 의견이 많다. 류현진은 8살 위인 후안 유리베와 야시엘 푸이그 등 동료들과 장난을 치는 등 친숙하게 지내며 빠르게 다저스 구단에 흡수됐다.

이는 언어와는 무관한 부분이다. 이날도 류현진은 "영어 실력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옆에 (통역) 마틴 김이 있기 때문에 형만 믿고 있다"면서 "공부는 천천히 할 생각"이라고 웃었다. 언어보다 성격과 적극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다저스 선수들은 한국에까지 오고 싶어한다. 류현진은 "푸이그와 유리베, 핸리 라미레스 등과 서슴없이 편하게 장난 친다"면서 "한국에서 이들의 인기가 많아지다 보니 한국을 좋아하고 오고 싶어하는 선수들 많다"고 말했다.

▲"강정호, MLB에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현진아, 고마워' 올 시즌 뒤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 넥센 강정호. 메이저리그 행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잇다. 사진은 인천아시안게임 경기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힘도 실어줬다. 류현진은 미국 현지에서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 강정호에 대해 "내 생각으로는 당연히 수비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타격도 힘과 맞추는 능력이 좋고, 수비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한 팀에서 뛰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저스는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가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실책을 쏟아내는 허술한 수비 때문에 계약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전망이다. 만약 그렇다면 강정호가 그 자리를 대신 메울 수도 있다.

사실 류현진은 지난해도 해외 진출을 선언한 윤석민(28, 탬파베이)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류현진은 "석민이 형이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로 오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윤석민은 아메리칸리그인 탬파베이에 둥지를 틀었다. 꼭 지명타자 때문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올해 윤석민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보냈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의 조언이 결과적으로 옳았을 수 있던 모양새다. 류현진의 충고, 허투루 들으면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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