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환기구가 전국에 5만개 이상 설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관리 상태에 대해선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제2, 제3의 판교 환풍구 사고가 우려되는 이유다.
◈ 판교 환풍구, 지붕 설치기준 적용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축법이 적용되는 건축물과 구조물의 벽체, 기둥, 지붕 등은 국토부 고시인 '건축구조기준'에 따라 설계해야 한다.
나머지 구조체와 부구조체는 이 기준에 따라야 한다. 환기구는 부구조체에 속한다.
국토부는 이번에 16명의 목숨을 잃은 판교 환풍구는 사람이 출입하지 않는 돌출형 환풍구로, 일반 지붕에 준하는 1㎡ 당 100kg의 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설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면적이 15㎡인 판교 환풍구는 최대 1,500kg의 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성인 1명의 몸무게 60kg을 가정하면 25명 정도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사고가 난 환풍구에는 사망자 16명과 부상자 11명 등 최소 27명 이상이 동시에 올라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붕괴 임계점을 넘어섰던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판교 환풍구가 최소한의 지붕 설치 기준에 맞게 설치됐는지 여부는 정밀조사를 통해 확인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대형 환기구 시설, 전국 5만여 개…"국토부, 정확한 설치 현황은 모른다"
현행 국토교통부령에는 '지하면적 1,000㎡ 이상 건물은 환기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물, 즉 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보행자가 이용하는 산책형 환기구는 1㎡당 300kg, 차량 통행형은 500kg의 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국토부는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할 경우 전국에 설치된 일정 규모 이상의 환기구만 5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에 아파트 단지와 일반 건축물, 지하시설물이 대략 690만 개가 있는데 이 가운데 환기구가 설치된 곳은 5만여 곳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하철과 같은 공공시설물은 어느 곳에 환기구가 설치돼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지만, 일반 아파트단지와 건축물의 경우는 정확하게 관리되지 않아 현황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경우 지하철 환풍구 2,418개 가운데 73%가 보행자 도로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는, 현행 건축구조기준에 공공시설 환기구의 형태나 두께, 재질 등 안전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데 있다.
국회 황영철 의원(새누리당)은 20일 서울시에 대한 국감에서 "서울시 지하철 환기구 설계기준이 법적 근거도 없이 미국 교통부가 발행한 안내서를 기준으로 한 '시장 방침'을 20년간 운영해 왔다"고 지적했다.
◈ 환기구 관리, 운영 '무방비 노출'…시설 사업자가 알아서
현재 우리나라는 환기구와 관련해 설치기준은 있지만 시설승인과 사후관리 기준은 없다.
이렇다 보니, 설치된 환기구가 기준 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시공됐는지, 위치는 어디에 있는지, 안전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파악이 어렵다.
국토부 관계자는 "환기구는 부구조체이기 때문에 별도의 감리대상도 아니다”며 “전적으로 시공업체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하철 환기구를 제외한 일반 건축물의 환기구는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보행자가 다니지 않거나 눈에 잘 띠지 않는 후미진 곳에 설치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붕괴된 판교 지하주차장 환풍구의 경우 이런 통상적인 설치 관행을 벗어나, 광장 주변에 설치했다가 결국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국토부의 이런 해명도 설득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