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는 2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 노래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이 굉장히 좋다"면서 수록곡 '소격동'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소격동은 서태지가 과거 거주했던 마을로 다시 갔을 때 시냇물이 말라 있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80년대 소격동에 자리했던 보안사령부도 서태지 곡 속의 어두운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서태지는 "80년대 서슬 퍼런 시절이 있었다. 제 집에서 바로 보안사령부가 보였고, 민방위 훈련하면 탱크가 지나다니고 검문 검색을 많이 했던 것이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소격동은 아름답고 예쁘지만 살벌했던 동네다. 그런 시대 배경을 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느꼈던 공포를 음악에 담았기 때문에 '소격동'을 듣고 공포스러운 노래라고 했을 때 '앗싸' 했다"고 말했다.
타이틀 곡 '크리스말로윈'에는 권력에 대한 서태지의 고민이 녹아 있었다.
서태지는 "'크리스말로윈'은 '울면 안돼'라는 캐롤에서 시작된 노래"라면서 "이제 부모가 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공포를 이용해 우는 아이를 울지 못하게 달래는 것도 권력이나 제약이 아닌가 생각하다가 만든 노래"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중들이 자신의 노래를 통해 폭넓은 사유를 하길 원했다.
서태지는 "'소격동'은 특별히 사회적 비판을 하는 것보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노래였으면 한다. '크리스말로윈'의 경우 산타를 권력자나 회사 상사로 볼 수도 있다. 다양한 해석들이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5년 만에 발매된 서태지의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는 한 권의 동화책 같은 앨범이다. 서태지는 이번 앨범에서 기타가 아닌 건반을 이용해 수록곡을 작곡했다.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은 특유의 일렉트로닉 장르의 곡으로 세상의 숨겨진 진실을 이야기하는 어른들의 잔혹동화를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