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코치들을 데려왔어요." (LG 이진영)
NC 이호준과 LG 이진영은 SK에서 오래 한솥밥을 먹었다. SK가 창단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함께 뛰면서 SK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데다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는 친한 사이. 덕분에 미디어데이에서도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는 설전도 펼쳐졌다.
NC와 LG의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린 18일 창원 마산구장 옆 올림픽 기념 공연장. 공식 미디어데이에 앞서 열린 사전 인터뷰 때부터 둘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따로 인터뷰가 진행된 탓에 서로의 인터뷰를 듣지는 못했지만, 둘의 설전은 뜨거웠다.
이호준은 경계해야 할 선수를 묻자 "왕대가리"라고 이진영의 별명을 외친 뒤 "결승타도 많이 올리고, 주장 완장도 차면서 많이 변했다"면서 "경기 스타일도 변했고, 많이 진지해졌다. 우리랑 할 때 괜찮게 했다. 공수주에서 진영이가 키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NC는 이날 이호준과 손민한이라는 팀 내 최고참들이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이호준 본인도 멋쩍은 상황. 이호준은 "우리는 왕고라서 안 올 줄 알았다"면서 "영계들인 이재학, 나성범이 나와 '금메달을 따고 이 기세로 가겠다'고 말해야 했는데…"라고 웃었다.
특히 이호준의 참석은 입담 좋기로 소문난 이진영에게는 좋은 공격 대상이었다. 한 마디로 너무 나이 많은 어르신(?)이 미디어데이에 나왔다는 말이었다.
이진영은 "NC는 어린 팀이다. 그런데 나성범 같은 선수들을 데려와야지 왜 코치를 데려왔냐"고 이호준에게 펀치를 날렸다. "이호준 선배가 까다롭다"는 신정락의 말에도 "괜찮다. 이제 우황청심환을 먹어야 할 나이"라고 덧붙였다.
정작 공식 미디어데이에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각 팀의 약점을 묻는 질문에 "단점은 없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내 서로에게 총을 겨눴다. 그만큼 친하기에 가능한 설전이었다.
이진영이 "같은 팀에서 형, 동생으로 정말 친하게 지냈고 지금도 친하지만, 내일부터는 적으로 만난다.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각오하십시오"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이호준도 "한솥밥을 먹을 때는 눈빛만 봐도 서로 알 수 있는 팀 워크가 있었다"면서 "형들에게 워낙 잘 했다. 내일도 선배에게 좋은 일을 하지 않겠냐. 결정적일 때 실책하고, 병살타를 쳐줄 것이다. 진영아 믿는다"고 응수했다.
이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센 농담을 주고 받는 사이지만, 19일부터는 적으로 만난다.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 이호준과 이진영 중 한 명만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