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주변서 암 발병, 한수원 책임 있다" 법원, 첫 인정

고리원전 주변 살다 갑상선암 걸린 주민에 위자료 지급 판결

신고리 원전 전경 자료사진
원전 주변 지역에 살다가 갑상선암에 걸린 주민에 대해 원전 당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원전 인접 주민의 암 발병에 원전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최호식 부장판사)는 17일 부산 기장군 주민 박모(48.여) 씨가 원전의 영향으로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은 박 씨에게 1천5백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갑상선암의 경우 다른 질병과는 달리 원자력발전소로부터의 거리와 발병률 사이에 상관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원고는 발전소 부근에서 거주하며 오랫동안 방사선에 노출됐고, 그로 인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가해 기업이 유해한 원인 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자에게 도달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원전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온 원고의 갑상선 암 발생에 발전소에서 방출된 방사선 외 뚜렷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침해 당한 이익은 신체의 건강과 관련된 것으로서 재산이나 다른 이익보다 중요하다"며 "개인이 공공의 필요에 쉽게 희생되어서는 안 되는 점이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2년 2월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박 씨는 같은해 7월 자신의 질병이 고리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과 연관이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각각 대장암과 발달장애가 원전의 영향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박 씨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박 씨의 남편 이모(50) 씨와 아들(22)에 대해서는 "해당 질병과 방사선 방출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사건을 기각했다.

박 씨 가족은 기장군 장안읍과 일광면 등 고리원전 반경 10km 주변에서 20여 년을 살았다.

지금까지 원전 근무자의 질병 발병에 대해 한수원에 책임을 묻는 판결은 있었으나, 인근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한수원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기장군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기장군민 4천 9백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종합건강검진에서 41명의 주민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바 있어 추가 소송이 이어지는 등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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