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가 주재하도록 돼 있는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전날 상하이에서 했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정식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와의 환담 과정에서 개헌 질문이 나왔다. 민감한 상황이라 답변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봇물 발언을 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께서 ASEM 외교를 하고 있는데 (개헌 발언을 한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도 했다.
김 대표는 전날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지게 된다.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다. 다음 대선이 가까워지면 개헌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개헌논의 등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키면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한다"던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침'을 뒤집은 셈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친박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당청 및 당내 갈등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사과는 청와대나 친박계를 향한 항복선언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야당은 즉각 이를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 말씀 한마디에 모든 게 좌지우지 돼서는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했던 개헌(개헌 논의)을 이제 여당 대표가 해냈는데, 이걸 또 (철회하라고) 지시해서 여당 대표가 죄송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언을 면밀히 살피면 김 대표는 '민감한 질문에 답을 해, 해외에 있는 대통령이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는 것을 사과했을 뿐이다. 개헌 논의의 시기나 필요성에 대해 입장을 번복한 것은 전혀 없다. 따라서 항복 선언이라기보다는 작전상 후퇴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어제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개헌 얘기는 하지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연말까지 개헌 논의가 없어야 한다.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당에서는 개헌 논의가 일체 없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정기국회 뒤 봇물' 발언과 차이가 없다. 정기국회는 12월 중순까지 100일간 열리게 돼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나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나 시기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특히 김 대표는 회의 뒤 별도로 취재진을 만나 "과거에도 (논의 시기는) 정기국회 다음이라는 얘기를 항상 했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관훈토론회 때는 "세월호특별법 문제가 해결되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는데, 여야의 입법 협상일정 등을 감안하면 이 역시 사실상 '정기국회 뒤 개헌 논의'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