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는 박 씨가 의붓을 딸을 때리면서 숨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견했지만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구남수 부장판사)는 16일 살인죄로 기소된 박 씨의 항소심에서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 명령은 1심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보다 체중이 3배나 되는 피고인이 어린 피해자에게 약 55분 동안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옆구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때린 것은 충분히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얼굴에 핏기없이 창백한 상태로 변한 어린 피해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2차 폭행까지 가한 점을 보면 폭행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또, "폭행과정에서 피해자는 갈비뼈가 16군데나 부러지는 등 어린 피해자로서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피고인에게 엄중한 죄책을 물을 수밖에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징역 10∼18년6월인 양형 기준에서 최고 범위인 징역 18년으로 형을 정했다.
박 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집에서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 이 모(8)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양은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에게는 2011년 5월부터 이 양이 학원에서 늦게 집에 오고 거짓말을 한다는 등 이유로 수차례 때리거나 뜨거운 물을 뿌리는 등 상해를 가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 가운데 일부는 검찰이 구형한 사형 대신에 징역형이 선고되자 울음을 터뜨리며 법정을 나오기도 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시민단체 등은 '아동확대 사건에 큰 획을 긋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으로 참여한 황수철 변호사는 "어린이를 훈육하는 차원에서 폭행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 대부분에 상해치사를 적용해 처벌했으나 이번 항소심에서 최초로 살인죄를 인정한 것은 아동학대 사건에 큰 획을 긋는 판결이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 하늘소풍 공혜정 대표는 "아동학대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의미 있는 판결이지만, 8살인 아이가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고통과 학대 속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다가 죽었는데 징역 18년을 선고해 법원의 양형기준이 미약한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