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돌풍의 팀 캔자스시티(KC)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만년 하위팀 KC는 와일드 카드로 아메리칸리그(AL) 포스트시즌(PS)에 오른 뒤 디비전시리즈(DS)와 챔피언십시리즈(CS)에 이어 WS까지 진출했다.
KC는 16일(한국 시각) 미국 커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볼티모어와 ALCS 홈 4차전에서 2-1로 이기며 시리즈 4연승을 거뒀다. 29년 만의 WS 진출을 전승으로 장식했다.
▲KC, PS 8연승 신기록…SF, 짝수 해의 괴물
올해 PS 8연승의 파죽지세다. 당초 KC는 PS 조기 탈락이 예상됐다. 와일드 카드로 올라온 데다 28년 만의 PS라 큰 경기 경험이 일천했기 때문. AL 중부지구 2위였던 KC는 서부지구 2위 오클랜드와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연장 끝에 9-8로 승리를 거두고 힘겹게 DS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게 도화선이 됐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6할5리)의 LA 에인절스와 DS에서 3전 전승을 거두더니 동부지구의 강자 볼티모어까지 4전승으로 패퇴시켰다. PS 8연승은 역대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이다.
내셔널리그(NL) 사정도 다르지 않다. 와일드 카드 샌프란시스코(SF)가 NLCS에서 세인트루이스(STL)를 몰아붙여 WS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SF는 이날 AT&T 파크에서 열린 홈 4차전에서 6-4 역전승을 거뒀다. 3승1패로 2년 만의 WS 진출에 1승만을 남겼다.
SF 역시 힘겨운 행보를 걸었다. NL 서부지구 2위로 피츠버그와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치른 뒤 진출한 NLDS에서 지구 라이벌이자 우승팀 LA 다저스를 3승1패로 눌렀다. 2010년과 2012년 WS 우승팀 SF의 '짝수 해의 징크스'에 '가을 좀비' STL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2000년대 와일드 카드 득세 방지책도 무용지물
당초 메이저리그 와일드 카드는 1994년 만들어졌다. PS의 흥미를 높이고 아까운 탈락자를 구제하기 위해 양대 리그 3개 지구 2위 중 최고 승률팀을 가을야구로 초대했다. 메이저리그 파업으로 첫 수혜자는 1995년부터 나왔다.
이후 19번의 WS에서 5번 와일드 카드가 우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997년 플로리다(현 마이애미)를 시작으로 2002년 애너하임(현 LA 에인절스), 2003년 플로리다, 2004년 보스턴, 2011년 세인트루이스가 하극상의 반란을 일으켰다.
2002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양대 리그 와일드 카드끼리 WS에서 붙었다. 애너하임과 SF다. 당시 애너하임이 4승3패로 와일드 카드 신화를 썼다. 구단 역사상 첫 WS 우승이라 더 값졌다.
와일드 카드가 득세하고 똑같이 지구 우승팀과 같은 조건에서 PS를 치른다는 지적에 보완책도 마련됐다. 2012년부터 각 지구 우승팀을 뺀 최고 승률 2개 팀이 치르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다. 에이스 1명과 불펜진 등을 소모하고 PS에 나선다는 점에서 일견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년 만에 무용지물의 대책이 되고 말 기세다. 와일드 카드끼리 치르는 두 번째 WS 대진표가 막 작성될 태세다. STL가 SF와 NLDS에서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만큼 역전 가능성은 적다.
과연 사상 두 번째 와일드 카드 WS가 벌어질 수 있을까. 29년 만의 KC의 우승과 2010, 2012년에 이어 SF의 짝수 해 우승. 어느 쪽이든 화제를 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