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선수들은 고개를 떨구지 않았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첫 경기했던 파라과이와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둔 뒤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안방에서 다소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직접 그라운드에 나섰던 선수들이 느끼는 코스타리카전의 패배는 '독'이 아닌 '약'이었다. 오히려 파라과이전의 예상치 못한 쾌승으로 자칫 들뜰 수 있는 상황에서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자체 분석이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레버쿠젠)은 "아쉬운 경기였다. 경기장 안에서 코스타리카가 얼마나 강한 팀인지 느꼈다"면서 "괜히 코스타리카가 월드컵 8강에 진출한 것이 아니었다. 경기장 밖에서 지켜본 팬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인적인 실수로 골을 먹었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이 드러났다"는 손흥민은 "(이번 패배는) 예방접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아픔이 있어야 앞으로 전진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이번 패배를 보약으로 생각하겠다"고 담담히 패배를 받아들였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손꼽히는 활약을 하는 손흥민은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선수다. 이 때문에 손흥민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10월 A매치에서 골 욕심을 공개적으로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골은 터지지 않았다.
"이제 2경기 했다. 앞으로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힌 손흥민은 "감독님께서 조심스럽게 경기하는 것과 함께 선수들이 실수하지 않는 것을 원한다. 다음 훈련 때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