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김민우, 한국 축구 10월의 수확

공-수 겸비한 왼쪽 측면 자원의 새 발견

지난 파라과이 전에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공격적인 재능을 뽐낸 김민우는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왼쪽 측면 수비수로 맹활약하며 멀티플레이어의 능력을 선보였다. 박종민기자
이쯤이면 '흙 속의 진주'의 재발견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지난 10일 파라과이와 경기에서 2-0으로 비교적 쉬운 승리를 거뒀던 한국은 브라질월드컵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었던 '북중미 최강' 코스타리카에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비록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치른 두 번째 경기에서 기록한 첫 패배지만 분명한 수확도 있다. 바로 왼쪽 측면 자원 김민우(사간 도스)의 재발견이다. 사실 그동안 성인대표팀과 뚜렷한 인연을 맺지 못했을 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분명한 자원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활약은 새로운 희망이다.

사실 김민우의 맹활약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김민우는 지난 파라과이전의 최우수선수(MOM)다. 손흥민(레버쿠젠)을 대신해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깜짝 선발 출전해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이었던 결승골을 넣는 등 모두를 놀라게 했던 경기력의 중심에 있었다. 덕분에 코스타리카의 파울로 완초페 감독대행이 경기 전 한국의 주요 선수로 꼽았던 3명 중 한 명에 자신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정작 코스타리카와 경기에서 김민우는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로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 경기 시작 17분 만에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박주호(마인츠)가 상대 선수와 충돌로 오른쪽 발목을 다치자 슈틸리케 감독은 김민우를 그라운드에 투입했다. 이른 시간의 교체라 몸도 풀지 않았던 김민우지만 경기 초반 공수에서 적극적으로 경기에 나섰던 박주호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으로 감독의 신뢰에 부응했다.

특히 김민우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윤정환 전 사간 도스 감독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그라운드에서 맹활약 덕에 두 배의 기쁨을 맛봤다. 김민우는 2010년 J2리그의 사간 도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해 5시즌째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소속팀에서는 주로 왼쪽 측면 공격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파라과이전에서 자신의 깜짝 활약을 설명했던 김민우는 지난달 베네수엘라와 경기에 이어 코스타리카전에서도 왼쪽 측면 수비수로 확실한 기량을 선보이며 멀티플레이어의 자질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172cm로 이번에 소집된 23명의 대표선수 가운데 키가 가장 작지만 적극적으로 공중볼을 다투는 모습을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은 박수로 김민우의 투지를 칭찬했다.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에서도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공을 끝까지 따라가 살려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수비수로 경기에 임했지만 공격적인 재능도 마음껏 선보였다. 특히 전반 42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기성용이 낮게 깔아찬 패스를 받아 강력한 슈팅으로 골대를 맞추며 브라질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골키퍼 중 한 명이었던 케일러 나바스(레알 마드리드)를 꼼짝 못 하게 했다.

지난 2011년 이영표의 은퇴 이후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윤석영(QPR), 김진수(호펜하임) 등 많은 선수의 경쟁이 펼쳐졌던 왼쪽 측면 수비에 또 다른 가능성이 등장했다. 왼쪽 측면 수비는 물론 공격을 맡겨도 손색이 없는 멀티플레이어라는 점에서 김민우가 슈틸리케 감독 체제의 대표팀에서 초반 중용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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