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반년간 수색했지만…3곳 아직도 못들어가봐

수색여건 갈수록 악화, 겨울철 기상악화 대책 없어

불과 반년 만에 '안타까움과 미안함'은 '조급함과 비난'으로 바뀌어 세월호에 밀려들고 있다.

오는 16일이면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은 지 6개월이 된다. 침몰한 지 나흘만인 4월 20일 선체 유리창을 깨고 시신 3구를 수습한 이후 검푸른 바닷속에서 세월호를 맨손으로 더듬으며 생존자, 실종자를 찾은 지 반년이 돼 간다.

그동안 세월호 내부를 샅샅이 더듬었지만, 아직도 들어가 보지 못한 공간이 3곳이나 남았고, 가족 품에 돌아가지 못한 실종자가 10명이나 된다.

잠수시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간 잠수횟수는 20차례에 불과했다. 일수로 따지면 한 달 30일 중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에 물때가 좋은 시간대에 2차례만 잠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에는 연이은 가을 태풍과 수색지원선박(바지) 임대료를 둘러싼 민간업체-범정부사고대책본부 간 마찰까지 생겨 수색에 차질이 더 커졌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10월 들어 약 보름 동안 5일에 걸쳐서 총 17시간 55분 잠수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수색작업의 어려움은 내년 봄까지 점차 더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번 바람이 불고 파도가 몰아치면 일주일씩은 몰아치는 진도 해역의 가을 겨울의 기상 탓이다.

강한 파도 위에 바지를 힘겹게 올려놓고 해군과 민간잠수사 40여명은 기회가 될 때마다 뛰어들고 있다.

해군은 기존 수십 차례 수색한 구역을 반복수색 중이다.

업체에 고용된 민간잠수사들은 그동안 들어가지 못한 구역인 4층 선미 좌현 구역(SP1)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이 구역에는 침몰 초기 해군이 문만 열어보고 수색하지 못한 공간 3곳이 남아있다. 세월호 선수가 해상에 떠있을 당시 해군이 긴급히 개척한 통로로 문을 열고 살펴보기는 했다.


해저에 세월호 좌현 부분이 맞닿아 가라앉으면서 우현의 집기와 구조물이 쏟아져 내려 겹겹이 쌓이는 바람에 아직도 수색을 완료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5월 말 88수중환경이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세월호 선체를 뜯어내고 장애물을 끄집어 내기 시작했지만 오늘, 내일 끝날 거라던 수색은 4개월 가까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오늘 내일이면 끝난다"는 말은 범정부사고대책본부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투입된 잠수사의 견해는 다르다.

한 민간잠수사는 "이달 말까지도 SP1에 대한 수색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기상이 점차 더 안 좋아질 것이 뻔해 잠수시간도 줄어들 텐데 별다른 대책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범대본도 "10월 말 이후의 수색 대책에 관해서는 현재까지 나온 게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종자 가족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상상태를 핑계로 세월호 수색에서 발을 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민간잠수사협회와 가족대책위 차원에서 겨울철 기상 상태에서 작업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해 제안서까지 범대본에 제출했으나 가타부타 한마디도 없다고 한다.

이들이 제시한 대안은 석유시추선과 같은 형태의 '백업 바지'를 세월호 위에 안착시켜 파도의 영향을 덜 받게 하고, 철제 강판 터널을 세월호까지 설치해 잠수사들이 드나들게 하자는 것이다.

"끝까지 실종자를 찾아내겠다"는 정부의 다짐대로라면 이 같은 대안을 고려해 볼만하지만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 실종자 가족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들고 있다.

세월호 사고 초반과 달리 하루아침에 악화한 여론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말 못 할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여론은 이제는 "그만 인양하자. 언제까지 해야 하나"라는 가슴에 박히는 날카로운 비수로 변했다.

진도 현지에 머무는 한 실종자 가족은 "죄인이 됐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하늘이 도와 실종된 이들이 물 위로 떠오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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