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서건창, 논란의 태극마크 대신 품은 韓 야구 역사

'역사적인 순간' 넥센 서건창이 13일 광주 KIA전에서 2회 김병현을 상대로 한 시즌 역대 최다 신기록인 197번째 안타를 뽑아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넥센 히어로즈)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쓴 넥센 서건창(25). 13일 광주 KIA전에서 시즌 197번째 안타를 날리며 20년 동안 묵혔던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치웠다.

광주 충장중-광주일고 선배 이종범 한화 코치(44)가 해태(현 KIA) 시절 세운 1994년 196안타 기록을 깼다. 서건창은 지난 11일 문학 SK전에서 당시 이 코치와 같은 124경기 만에 196안타 타이 기록을 쓴 뒤 다음 경기에서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제 서건창은 전인미답의 200안타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남은 3경기에서 3안타를 추가하면 된다.

사실 올해 서건창은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놓쳤다. 타율과 출루율, 득점 모두 선두권을 달리는 리그 최고의 톱타자이자 2루수였지만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서 빠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비에서 멀티 포지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만 속사정은 각 구단의 병역 미필자들을 위한 자리 분배 때문이었다. 서건창은 2008시즌 뒤 곧바로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쳤다.

LG 신고 선수로 입단해 한 시즌 만에 방출된 아픈 경험이 있는 서건창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대표 선발로 '신고 선수 신화'의 화룡점정을 이룰 수 있었던 까닭이다.

▲9월 처진 타격감, 인천 AG 휴식기 이후 급반등

하지만 이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태극마크는 놓쳤지만 한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기간 충분히 체력을 비축한 게 대기록의 발판이 된 것이다.

아시안게임 전까지 서건창은 118경기에서 181안타를 때렸다. 10경기를 남기고 이 코치의 신기록까지는 15개. 그러나 9월 페이스를 감안하면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다.

8월만 해도 서건창은 22경기에서 38안타를 날렸다. 8월 타율이 4할4푼1리나 됐다. 그러던 타격감이 9월 다소 처졌다. 8경기 11안타, 타율도 3할3푼3리였다. 시즌 후반기에 들어가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는 시기였다.

더군다나 서건창은 전 경기 출전 중이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서건창을 지명타자로 내보내 수비에서라도 쉬게 해주려고 하면 우천 취소가 돼서 실제로는 휴식을 취한 게 아니게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맞은 것이다.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16일 동안 리그가 중단되면서 서건창도 모처럼 꿀맛 휴가를 즐겼다. 체력을 비축한 서건창은 10월 7경기에서 무려 16안타를 뽑아냈다. 타율은 5할의 불방망이다.

이런 기세라면 200안타 고지도 시간 문제다. 10월 경기당 2안타 이상을 때려낸 페이스다. 3경기에서 3안타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생애 첫 국가대표의 영예를 양보해야 했던 서건창. 그러나 20년 만의 대기록은 물론 사상 첫 꿈의 기록으로 차고 넘치게 보상받을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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