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준비설에서부터 3인의 경쟁적 협조체제 구축론에 이르기까지 3인의 중국행을 바라보는 여의도의 셈법은 복잡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김문수 새누리당 혁신위원장과 이재오 의원, 정갑윤 국회부의장,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 조원진 의원 등 새누리당 대표단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3박4일 일정으로 13일 낮 방문길에 오른다.
김무성 대표의 방중은 중국 공산당의 초청을 받는 것으로 베이징에서 열리는 새누리당과 공산당의 첫 정당정책대화 참석 목적이다.
새누리당과 중국 공산당의 정당정책대화는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의 네 가지 합의사항 가운데 네 번째인 정당 간 정책대화체제 구축 일환이다.
새누리당과 중국 공산당이 반부패 연대를 추진하는 김 대표의 중국 방문은 박 대통령의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결실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김 대표는 14일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할 예정이다.
시진핑 주석과는 두 번째 만남이 될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일이 있다.
김 대표는 "이 때 시 주석의 책을 읽고 시진핑 주석의 과거 어려웠던 시절을 얘기했더니 시 주석이 아주 반가워하더라"며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번에 시 주석으로부터 상당한 환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당의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주자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도 시 주석이 김 대표와의 면담을 흔쾌히 수락하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가 주석이 주변국의 정치 지도자와의 면담을 잘 하지 않는 관례에 비춰 볼 때 중국이 차기 주자 가운데 한 명인 김무성 대표를 상당히 배려한 것이며 정치적 의미를 지닌 대접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한나라당, 신한국당) 대표가 중국 국가 주석을 면담한 것은 지난 1997년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와 2005년 3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뿐이다.
◈ 김무성, 외교무대 첫 등장치고는 상당한 예우
김무성 대표는 한반도 주변 4강의 외교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첫 등장치고는 상당한 예우를 받은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과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과의 오찬 등은 김무성 대표로 하여금 외교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차기 주가들이 걸어야 할 정치·외교적 노정 가운데 하나가 한반도 주변 4강,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정계, 언론계로부터 한국의 정치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여론으로부터도 우호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길이기도 하다.
김 대표로선 정치적 위상 제고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한중정상회담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도 있다.
◈ 김문수, 청렴의 상징적 정치인 부상
김문수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의 중국행은 김 대표로부터의 동행 제안을 받기도 했으나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으로부터 직접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왕자루이 부장은 김 위원장을 만나 한국 청렴 정치인의 상징인 김 위원장을 초청하고 싶다고 해 수락한 것이며 정당정책대화에서 발제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문수 위원장의 한 측근은 "왕자루이 부장이 초청을 하자마자 수락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중국이 아마도 김문수 위원장을 한국 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청렴한 분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위원장은 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다.
지난해 11월 함께 미국 LA를 방문했을 당시 정치색이 짙은 교민들이 김무성 대표를 차기 유력한 주자로 거명하며 연호하자, 김 대표는 "나는 아니고 나보다 훨씬 훌륭한 김문수 경기지사가 있다"며 추켜세웠다고 한다.
그럴지라도 현재의 당내 세력과 정치적 위상을 보면 김문수 혁신위원장은 김무성 대표 뒷자리에 앉을 것 같은 모양새다.
2인자 냄새를 풍기는 정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 이재오, 개헌 위한 3인의 신뢰체제 구축 효과
이재오 의원은 한중의원외교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위원장과 동행한다.
이재오 의원은 국감중인데다 정치적 오해를 걱정해 3인의 중국행을 주저했으나 김무성 대표의 거듭된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한 측근은 "김 대표의 '들러리'라는 내부의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외교에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듯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을 수 없는 만큼 김 대표의 중국 방문을 돕겠다는 뜻으로 봐 달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럴지라도 이재오 의원과 김무성 대표, 김문수 위원장 간에 개헌 등 향후 정치 일정에 대한 논의가 있을 수도 있다.
이재오 의원의 가장 큰 관심은 개헌이며 김무성 대표도 개헌론자다.
중국 방문에서 개헌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부담이 큰 만큼 개헌이라는 막중한 화두를 꺼내지는 않을 개연성이 크다.
개헌이 됐든, 새누리당의 혁신안이든, 조강 특위 구성 문제든, 공천 문제 등 당 내 현안이든, 그 어떤 정치 쟁점을 논의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새누리당의 차기와 관련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는 3인 '김김이'(김무성·김문수·이재오)의 신뢰관계는 한층 공고해질 것이다.
급변하는 여권의 권력지도에서 3인의 향후 행보를 보면 3인의 중국행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