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문경은 SK(43)-이상민(42) 삼성 감독의 사령탑 첫 맞대결이었다. 연세대 1년 선후배인 이들은 1993-1994시즌 농구대잔치에서 대학팀으로 사상 첫 우승을 이끌었다. 91학번인 이 감독의 절묘한 패스를 받은 문 감독이 장기인 3점포를 터뜨리며 쟁쟁한 실업팀을 물리치고 역사를 만들었다.
그런 두 절친 감독의 첫 사령탑 승부였다. 프로 현역 시절에는 숱하게 맞붙었다. 문 감독이 삼성, 이 감독이 현대(현 KCC)로 가 라이벌 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은퇴 이후 감독이 돼 다시 만난 것이다.
일단 문 감독은 지난 6일 미디어데이에서 후배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맞대결에 대한 질문에 문 감독은 "(이 감독이) 첫 시즌에 잘 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우리랑 만나면 6전 전승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감독은 "SK의 전력이 단단하지만 우리도 부족하지는 않다.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감독 첫 승, 오늘은 안 돼…어제 졌으니 꼭 이겨야"
이날도 팽팽한 기 싸움은 마찬가지였다. 뜨거운 우정은 여전했지만 승부에는 양보가 없었다. 문 감독은 경기 전 만난 이 감독에게 "데뷔 첫 승이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오늘은 안 된다"며 덕담과 승부사 기질이 섞인 한방을 날렸다. 이에 이 감독도 "어제(오리온스전)는 졌지만 오늘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경기는 두 감독의 승부욕처럼 치열했다. SK가 삼성에 1쿼터를 18-17, 2쿼터까지 37-33으로 앞섰지만 5점 차 이내였다. 승부를 점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역시 관록이 앞섰다. 감독 대행을 포함해 사령탑 4년 차 문 감독이 새내기 이 감독에게 한 수 가르쳤다. 3쿼터부터 SK는 삼성을 밀어붙이며 65-55, 10점 차로 점수를 벌렸다.
이 감독은 열정과 패기로 맞섰지만 올 시즌 3강으로 꼽히는 SK와 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4쿼터 종료 5분 20여 초 전 SK 에이스 김선형(17점, 4리바운드, 4도움)이 호쾌한 원 핸드 덩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고, 곧바로 가로채기에 이어 골밑슛까지 성공시켰다.
93-78 SK의 낙승. 일단 한국 농구의 큰 획을 그었던 두 감독의 뜨거웠던 첫 대결은 선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5번의 대결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