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숟갈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어쨌든 결과가 나쁘지만은 않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2-0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수비 라인이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고는 보기 어렵다. 파라과이는 피로 때문인지 기대 이하의 전력으로 경기를 시작했고 후반 들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파라과이의 후반 파상공세에 한국 수비진은 여러 차례 위기에 처했다. 골키퍼 김진현의 선방쇼가 펼쳐지지 않았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3골을 줘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현역 시절 세계적인 수비수로 명성을 날렸던 슈틸리케 감독은 유연성이 동반된 수비 전술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그 열쇠는 기성용이 잡았다. 지난 9월 신태용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고 A매치 2연전을 치렀을 때처럼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와 스리백의 가운데에 위치하는 스위퍼를 오가며 폭넓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슈틸리케 감독은 포백을 기본 틀로 앞세웠다. 수비 진영에서 공격을 시작할 때를 비롯한 여러 상황에서 기성용이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 스리백 형태를 갖추는 모습이 나왔다. 이 때는 양쪽 측면 수비수들이 과감하게 자신의 활동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첫 소집 기간에 수비 훈련을 중점적으로 실시했다. 그리고 또 한번의 중요한 시험무대를 앞두고 있다.
오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이다.
코스타리카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8강에 진출한 팀이다. 일부 주축 선수들이 방한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의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코스타리카는 역습, 카운터 어택이 굉장히 위력적인 팀이다. 월드컵에서 5백을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역습으로 죽음의 D조(이탈리아, 잉글랜드, 우루과이와 한 조)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파라과이의 공격 전개는 전반적으로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후반 들어 나아지기는 했다). 코스타리카는 다르다. 한순간에 수비 라인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이 끝나고 "오늘 우리와 같은 공격적인 성향의 팀은 항상 공격적인 반면 역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실점을 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공격을 추구하는 방향은 코스타리카전에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코스타리카전에서는 공격 진영에 다수의 선수들이 포진해있고 상대가 역습을 펼칠 때 얼마나 빨리 수비진을 정비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무실점 경기라는 목표, 결과도 중요하지만 모의고사 성격이 훨씬 더 강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 파악, 전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 등을 중점적으로 찾을 것이다. 출범 초기 확실한 목표 설정은 좋지만 거기에 크게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코스타리카전은 슈틸리케호 출범 후 두 번째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