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대통합위원장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7월 출범한 위원회의 주요 성과를 설명하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이날 열거한 성과들은 성과라고 하기엔 초라하다. 지역, 이념, 계층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출범한 위원회 치고는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없다.
한 위원장은 위원회의 그간 주요 성과로 '국민대통합 종합계획' 수립, '작은실천 큰보람 운동' 전개, 국민과의 현장 소통 강화, 사회 갈등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등을 꼽았다.
'작은실천 큰보람' 운동은 국민생활 속의 작은 실천을 통해 국민대통합을 이루도록 '한국인 자랑스러워요', '이 것 만은 지켜도' 등의 캠페인이다.
국민과의 현장 소통강화에 대해서는 지역간담회와 현장방문을 추진하고, 국민 의견을 듣는 각종 토론회, 간담회 등을 30 여 회 개최했다는 것이 대통합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대통합위가 국민통합의 전초기지가 되지 못한 채 캠페인이나 토론회 밖에 못하는 관변단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새 정부의 국정목표인 '국민행복시대'도 국민통합이 토대가 되지 않고서는 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 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위원회 출범 당시 박 대통령이 당부한 내용과 대통합위가 내세운 1년 3개월 간의 성과를 비교해 보면 기대속에 출범했던 대통합위원회의 초라한 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합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이유는 대통령 자문기구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박 대통령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시각이 더 강하다.
박 대통령은 2012년 8월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대통합의 길을 가겠습니다"고 밝혔다.
2012년 9월에 있었던 과거사 관련 대통령 후보 대국민 기자회견에서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겠다"고 약속했고, 대선 이틀 전에는 '지역갈등 해소', '소득불균형과 계층간 갈등 해소', '세대간 갈등 해소' 등의 국민대통합 3대 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7월 출범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 밝히지 않았던 무역투자진흥회의를 만들어 7차례나 직접 주재한 것과도 상당히 대비된다.
이런 사정은 청년위원회, 지역발전위원회 등 다른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지역발전위원회 회의를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긴 것은 1차 회의 이후 지난 3월에 무역투자진흥회의와 연석회의로 진행한 회의 뿐이다.
미래 인재 양성, 청년과의 소통 등에 관해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발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도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1기를 마감하고 곧 2기 위원회를 시작하게 된다.
대통합위원회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 위원장을 영입까지 했지만 한 위원장에게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동정론도 나온다.
한 위원장도 이날 위원회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도 "국민들간에 신뢰와 믿음이 상실된 상황에서 통합위의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지 1년이 넘었다'는 질문에 "대통령이 바쁘시니까…위원회가 어떻게 활동하느냐가 중요하지"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