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사령탑을 맡았던 마이크 댄토니 감독이 만약 두달 전 '어떤 소식'을 접했다면 KBL 구단 취업을 알아봤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말하는 '어떤 소식'은 김영기 KBL 총재가 신(新) 개념의 8초 룰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소식이다.
김영기 총재는 빠른 농구, 공격적인 농구를 위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된 뒤 8초 이내에 수비자 반칙이 나올 경우 공격자에게 자유투와 공격권을 줘야한다는 파격적인 안을 내놓았다.
댄토니 감독 입장에서는 이보다 반가운 룰 개정도 없다. 댄토니 감독은 2000년대 중반 피닉스 선즈 사령탑을 맡으면서 "7 Seconds or Less(7초 이내로 공격을 마무리한다는 뜻)"라는 파격적인 공격 전술을 들고 나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만약 댄토니 감독과 김영기 총재가 주장한 8초 룰이 만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댄토니 감독은 사실상 수비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펼치는 파상공세를 즐겼을 것이다.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세웠던 정규리그 최다승(72승10패) 기록도 넘봤을 것이다.
8초 룰이 도입된다면 공격 성공 후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전면 강압 수비, 풀코트 프레스는 무용지물이 된다. 또한 8초는 1차 속공은 물론 2차 속공(secondary break)까지 가능한 시간이다. 김영기 총재가 8초 룰을 제안했을 때 다수의 구단 관계자들에게서 비웃음을 샀던 이유다.
정상적인 농구가 아니다. 결국 현장의 반발로 8초 룰은 도입되지 않았다.
만약 8초 룰이 도입됐다면 수많은 룰 변화가 예고된 2014-2015시즌 프로농구에서 8초 룰이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무산됐다. 따라서 이번 시즌 변화의 핵심은 국제농구연맹(FIBA) 룰의 도입이 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먼저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를 할 때 예전과는 달리 감독이 아닌 주장이 해야한다는 것이다. 작전타임을 부르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해당 팀이 공격권을 갖고 있을 때 혹은 '볼 데드' 상황일 때 언제든지 작전타임을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FIBA 룰에서는 공격권을 갖고 있을 때 공을 가진 선수가 작전타임을 요청하지 못한다.
작전타임의 요청 타이밍이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경기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간다고 판단될 때 감독의 지시를 받은 선수가 작전타임을 요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공이 코트 밖으로 나가거나 반칙을 하는 등 경기가 끊겨야만 작전타임을 부를 수 있게 된다.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러 재정비를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몇 분의 시간이 흘러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시즌부터는 '코트의 사령관'으로 불리는 포인트가드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작전타임으로 끊을 수도 없는 흐름 속에서 포인트가드가 실질적인 감독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벤치에서 지시가 나올 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고 경기장 소음 혹은 급박한 상황 등으로 인해 소통의 혼란이 올 때에는 자신이 판단해 직접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게다가 공격리바운드 이후에는 공격제한시간 14초가 주어진다. 종전 24초였다. 따라서 포인트가드가 빠르게 재정비를 해야 한다.
속공을 끊을 때 적용되는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1(U-1)'은 FIBA에도 있는 규정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김영기 총재가 주장한 8초 룰 도입이 무산되고 U-1 파울로 수정 도입됐기 때문에 KBL 심판진이 적극적으로 U-1 파울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판정 능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논란의 여지가 클 수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또 있다. 시뮬레이션 액션 제재 강화다. 시뮬레이션 액션이란 경기 중 상대 반칙을 이끌어내는 등 심판을 속이는 행동을 뜻한다. 경미한 경우 일반 파울이 적용되고 과도한 경우 테크니컬 파울도 줄 수 있다.
하지만 심판이 현장에서 시뮬레이션 액션 여부를 바로 판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뮬레이션 액션은 영상 판독이 아닌 이상 잡아내기가 어렵다. 승부처에서 큰 변수가 되거나 혹은 전시용 룰 개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NBA는 비디오 판독을 통한 사후 징계로 코트의 연기자에게 철퇴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