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농사로 쌀 수확량이 많아지면서 산지 쌀값은 계속해 하락하고, 정부의 쌀 관세화 발표에 불안심리까지 더해지면서 농심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공공비축용 쌀 매입과 농협의 추곡수매를 앞두고 농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 풍년의 역설…산지 쌀값 폭락
본격적인 벼 수확기를 맞아 벼 작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도 풍년농사가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벼 재배면적은 81만 6,000ha로 지난해 보다 2.1%인 1만
7,000ha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올해 쌀 생산량은 413만 3,000톤으로 지난해 보다 1.8%인 7만 7,000톤이 감소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이는 논 10a당 수확량이 509kg으로 지난해보다 0.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풍년농사가 예상되면서 지난해 생산된 쌀의 산지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간 농업전문연구기관인 GS&J에 따르면 9월 25일 현재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에 16만 6,184원으로 10일 전 보다 0.3%인 580원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4월 26일~5월 5일 사이에 0.4%가 떨어진 이후 하락폭이 가장 큰 것으로 지난해 11월 25일 이후 쌀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12월 평균 산지 쌀값은 18만 3,249원에 달했다.
이처럼 쌀값 하락폭이 커진 이유는 올해 벼 작황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지 유통업체들이 서둘러 2013년산 재고물량을 처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쌀 관세화 발표…관세율 공방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개별협상 과정에서 쌀 관세화율이 274%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밝힌 513%를 아예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이 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형태 정책실장은 “정부와 여당이 관세율을 일방적으로 합의해 놓고 무조건 믿으라고만 말하고 있다”며 “법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농민들은 믿지 못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당사국들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513% 관세율을 법제화 하자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며 ”관세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는 정부 스스로도 당사국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이 다소 축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 불안심리 확산…쌀시장 악순환 우려
한국농업경영인 충북연합회는 지난 7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쌀 관세화를 앞두고 농가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와 농협에 벼 수매가 인상을 요구했다.
농민들은 통상적으로 가을에 벼를 수확하면 일부는 정부와 농협에 수매물량으로 판매하고 남는 벼는 보관하고 있다가 쌀값이 오르는 이듬해 4월부터 시장에 내다 파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계속된 풍년농사로 국내 쌀 생산량은 늘어난 반면, 소비는 감소해 수급조절이 붕괴된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 쌀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재고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생산된 쌀이 내년 봄에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못한다. 결국 농민들은 정부가 수매하는 공공비축미와 농협의 추곡수매 물량을 대폭 확대하거나 수매 값을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14년산 공공비축용 쌀 37만t(벼 40kg들이 기준 1,285만 포대)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규모다.
공공비축용 쌀 매입 가격은 수확기(10~12월) 산지 쌀값을 감안해 내년 1월중에 확정할 계획이지만, 1등급 벼 40kg 기준으로 5만 2,000원을 우선 지급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 같은 우선지급금이 지난해 5만 5,000원 보다 3,000원이 내려갔다는데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쌀값 하락을 미리 예단하고 우선지급금을 처음부터 낮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한국농업경영인 충북연합회 김병일 회장은 “농민들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며 “정부의 공공비축미를 기준으로 농협이 수매하는 일반미의 가격과 물량이 결정되는데 수매가격 인하가 불을 보 듯 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오히려 농민들의 불안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업관련 단체들은 전국 지역별로 벼 수매를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으로 정부, 농협과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