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계좌로 전락한 다저스의 '2500억 초대형 보험'

'고비용, 저효율의 극치?' LA 다저스는 애드리언 곤잘레스(왼쪽), 맷 켐프, 브라이언 윌슨 등 고액 연봉자들이 즐비해 메이저리그 전체 연봉 1위를 달렸지만 올해도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돈 매팅리 감독(오른쪽)의 지도력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자료사진)
LA 다저스의 꿈은 올해도 이뤄지지 않았다. 약 2500억 원, 메이저리그 전체 연봉 1위의 높은 몸값을 자랑했지만 2년 연속 월드시리즈 문턱도 밟지 못했다.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로 굳어질 위기에 처했다.

다저스는 8일(한국 시각) 미국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STL)와 내셔널리그(NL) 디비전시리즈(DS) 4차전에서 2-3 역전패를 안았다. 시리즈 전적 1승3패가 된 다저스는 다음 단계인 NL 챔피언십시리즈(CS) 진출이 좌절됐다.

1988년 이후 26년째 월드시리즈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도 다저스는 STL와 NLCS에서 2승4패로 밀렸다.


과연 이것이 다저스의 연봉에 합당한 성적일까. 구단주 등 수뇌부들은 "다저스는 서부지구가 아니라 월드시리즈 우승을 논해야 하는 팀"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NL 1위도 못 하는 MLB 연봉 전체 1위

연봉을 놓고 본다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성적이다. 다저스는 올해 연봉 총액이 2억 3400만 달러에 이르렀다. 1999년 이후 15년 연속 이 부분 1위를 차지한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지난해 양키스의 2억3000만 달러,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액 기록은 1년 만에 주인이 바뀌었다.

일단 다저스는 2년 연속 NL 서부지구 우승을 이루기는 했다. 그러나 다저스의 연봉이라면 NL 승률 1위를 차지했어야 했다. 다저스는 정규리그에서 94승68패로 워싱턴(96승66패)에 밀렸다. 지난해도 다저스는 지구 우승을 이뤘지만 승률에서는 NL 4위였다.

NL 승률 1위는 DS에서 와일드카드와 맞붙게 되는 유리함이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에이스를 소모하고 올라온 팀과 맞붙어 상대적으로 승산이 높아지는 것.

만약 그랬다면 다저스는 '가을 타짜' STL 대신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와 맞붙을 수 있었다. 후반기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에 7승2패 압도적으로 앞섰다. 어떻게 보면 다저스의 실패는 여기서부터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STL와 NLDS는 다저스의 구조적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축소판이나 다름 없었다. 선발진 외에 고액 연봉자들이 몸값을 해주지 못한 고질을 증명했다.

▲'있으면 뭐 하나' 무용지물이던 고액 불펜

'이 3명 외에 누굴 믿나'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최강 3선발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류현진(왼쪽부터)를 받쳐줄 불펜 불안으로 또 다시 실패를 맛봐야 했다.(자료사진=다저스 트위터, 노컷뉴스)
무엇보다 불펜진이 문제였다. 리그 최강 선발진과 너무나도 차이가 컸다.

다저스는 '1000만 달러의 사나이' 브라이언 윌슨과 700만 달러 연봉의 브랜든 리그가 있었지만 쉽게 쓰지 못했다. 윌슨은 정규리그 평균자책점(ERA)가 4.66이었고, 블론세이브가 5개가 됐다. 지난해 잇딴 불쇼로 마무리에서 강등된 리그도 올해 2승3패 ERA 2.57로 나아졌다고는 하나 승부처에서 믿고 올리기는 무리였다.

때문에 돈 매팅리 감독은 페드로 바에스, 스캇 엘버트 등 신인급들을 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1차전과 3차전 승부처에서 홈런을 허용하며 패배의 빌미가 됐다. 고액 연봉자들을 놓고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을 넣어야 하는 다저스의 어이없는 아이러니였다.

7, 8회 승부처에서 승리를 지켜낸 STL 불펜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STL 불펜의 실패는 2-2로 맞선 8회 결승 홈런을 내준 2차전뿐이었다. 나머지는 1, 2점 차 팽팽한 리드를 지켜냈다.

반면 다저스 불펜은 4차전을 제외한 3경기 모두 실점했다. 모두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7, 8회 결정적 점수를 내주면서 패배의 원흉이 됐다.

▲돈다발 타선, 득점권 타율은 1할대

'영웅은 미인의 관문을 넘을 수 없다지만...' 다저스는 세인트루이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심각한 득점권 타율 저하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사진은 주포 핸리 라미레스(왼쪽)와 야시엘 푸이그(오른쪽)의 모습.(자료사진)
돈다발 타선도 빼놓을 수 없다. 1차전에서 9점을 뽑아내준 다저스 타선은 이후 심각한 변비에 시달렸다. 2차전에서 맷 켐프의 결승포로 간신히 3-2 승리를 이끌었던 타선은 3, 4차전에서는 침묵했다.

7일 3차전에서 류현진이 6이닝 1실점 쾌투를 선보였지만 타선 지원이 야속했다. 6회 야시엘 푸이그의 3루타와 핸리 라미레스의 2루타로 뽑아낸 1점이 전부였다. 4차전에서도 다저스는 STL보다 2배 많은 8안타를 날렸지만 2점에 머물렀다. 4경기 득점권 타율은 1할대에 머물렀다.

다저스 타선은 1년 평균 2000만 달러 이상 고액 연봉자들이 즐비하다. 올해 2025만 달러(약 213억 원)의 켐프(8년 1억6000만 달러)를 비롯해 애드리언 곤잘레스(7년 1억5400만 달러), 칼 크로포드(7년 1억4200만 달러) 등이다.

여기에 라미레스와 안드레 이디어도 연봉 1500만 달러가 넘는다. 여기에 푸이그도 7년 4200만 달러로 결코 적은 연봉이 아니다. 이들 모두 몸값이 걸맞는 활약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저스는 마크 월터와 그의 구겐하임 그룹이 구단주가 된 뒤 공격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했다. 2012년 그레인키와 곤잘레스, 크로포드 등을, 지난해 시즌 중에는 윌슨과 리키 놀라스코 등을 데려왔다. 총 연봉 2500억 원짜리 든든한 보험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위기 상황에서 다저스의 보험은 깡통계좌로 전락하고 말았다. 내년에도 다저스는 연봉 1, 2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봉보다 경기력에서 수위를 다투는 게 급선무다. 100% 보장해주는 보험 약관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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