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일부 재벌가 2·3세들은 국적을 싱가포르나 에콰도르로 등으로 옮겨 외국인 학교에 입학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진후 의원(정의당)과 KBS가 국내 10대 재벌일가 921명 가운데 628명의 출생지를 확인한 결과 미국 출생자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등 모두 119명이고 CJ 이미경 부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 딸인 정윤이 전무의 국적도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 미국 국적자는 95명으로 10%나 됐으며 46명은 각 기업 주요 주주로 해마다 엄청난 배당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1980년 이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재벌가 남성 35명 가운데 23명이 외국 국적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역과 납세 의무를 피하려는 의도이자 미국 국적이 누리는 혜택(미국 입국 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벌가 2·3세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재벌가들은 특히 자녀와 손자손녀들을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국적을 싱가포르나, 심지어 에콰도르로 옮기기도 했다.
정진후 의원에 따르면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 회장은 둘째 아들을 싱가포르 영주권자 자격으로 만들었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2005년 당시 11살이던 둘째 아들을 싱가포르 영주권자 자격으로 경기도 성남의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
고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순영씨의 차남인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은 두 딸을 에콰도르 영주권 소지자로 해 외국인 학교에 보냈다.
정몽석 회장은 지난 2002년 13살과 8살이던 두 딸을 에콰도르 영주권자 자격으로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켰다.
고정주영 회장의 손자인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사장은 지난 2006년 아내와 딸을 캄보디아로 귀화시켜 캄보디아 시민권을 얻은 뒤 그해 8월 둘째 딸을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켰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나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는 지난 2009년 1월 당시 10살이던 큰딸을 사립초등학교에서 외국인학교로 전학시켰다.
외국인 영주권자 자격을 1년 뒤 받아 학교에 내는 조건으로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도록 한 것이다.
정진후 의원은 재벌 창업자 후손 가운데 학부모 1명은 외국 영주권이 없는 무자격 자녀 1명을 불법 입학(구본능 회장 딸)시켰고, 3명은 외국 투자 등으로 따낸 영주권으로 자녀 4명을 '편법 입학'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가들에겐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외국 국적의 재벌가 2,3세들이 10대 재벌가에 그치지 않고 3O대, 100대 대기업들과 중견기업, 더 나아가 현금 부자들과 부동산 부자 자녀들의 외국 국적 취득은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기업 대표는 "대한민국의 잘 사는 부모들은 아들과 딸을, 특히 아들의 국적을 미국으로 만들어 병역을 회피하려는 풍조가 20~30년 전부터 시작해 지금은 일상화됐다"면서 "재벌들만 점검하지 말고 300대 기업, 아니 돈 많은 부자 자녀들의 병역 면제를 파헤쳐보면 그들의 외국 국적 취득 실태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는 한국인이지만 자녀들에게 미국이나 다른 나라 국적으로 살게 하는 '매국노(?)' 같은 풍조가 생긴 것은 병역과 교육 등에서 특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 일종의 도덕적 해이 현상으로 잘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한국에서 돈이, 재벌이, 부자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